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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압수, 검정색 단화만 착용' 일방적 교칙, 서울선 내년부턴 학생 동의 얻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3개년 학생인권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서울교육공동체 토론회에 참여한 고교생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3개년 학생인권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서울교육공동체 토론회에 참여한 고교생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서울의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거나 사용 금지하려면 학생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학교측이 ‘용모 단정’을 이유로 학생들의 머리 모양이나 신발·가방 등을 제한하는 교칙을 정할 때도 학생회와 협의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2일 '3개년 학생인권 종합계획' 발표 #'폭력없는 학교' '학생의 개성·사생활 중시' 등 담아 #조희연 교육감 "학생 존중은 어른의 당연한 책무" #

2일 서울시교육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인권종합계획 2018~2020’을 수립해 발표했다. 2012년 제정된 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교육감은 ‘학생 인권을 증진하고 학교 문화와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등 인권 친화적 교육문화를 실질적으로 증진’하기 위해 종합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시교육청은 이번 종합계획 수립에 앞서, 그간 학생인권실태조사를 실시(2015년)하고 정책연구를 진행(2016년)했다. 올해는 교육청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과 추진위원회를 운영해왔다.

이날 발표된 종합계획은 △학생인권의 확인과 보장 △교육구성원의 인권역량 강화 △인권존중 학교문화 조성 △인권행정 시스템 활성화 등 4대 정책목표와 11개의 정책방향, 23개의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일 '3개년 학생인권종합계획'을 발표하며 "학생을 시민으로 존중하는 것은 교육감으로서뿐 아니라 어른의 책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일 '3개년 학생인권종합계획'을 발표하며 "학생을 시민으로 존중하는 것은 교육감으로서뿐 아니라 어른의 책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세부 사업으로는 ‘폭력없는 학교 만들기’가 1순위다. 서울시교육청 윤명화 인권옹호관은 “그간 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 가장 많이 접수된 민원이 ‘학교 폭력’이었다”며 “학생 간에 일어난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교사의 체벌, 언어폭력, 모든 혐오 표현이 근절될 수 있도록 교사 교육과 학교 컨설팅을 강화할 방침”이라 말했다.

또 시교육청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개성과 사생활을 존중할 수 있도록 교칙 제정과 관련된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등 전자 기기 사용과 관련된 교칙을 제정할 때 반드시 학생회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현재 대다수 학교에서 휴대전화 소지를 아예 금지하거나, 수업 전에 일괄적으로 압수하고 있다. 종합계획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해당 교칙을 유지하려면 학생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학생들의 머리 모양이나 신발·가방 등을 규제하는 교칙도 내년부터는 학생 의견을 수렴해 새로 정해야 한다. 윤명화 인권옹호관은 “일부 학교에서는 ‘용모 단정’을 이유로 남학생에게 군인처럼 반삭(삭발에 가까운 짧은 머리)만 허용하고, 여학생 신발은 검정색 단화만 착용하게 한 뒤 이를 어기면 벌점을 주고 있다”며 “이런 획일적인 두발·복장 기준을 학교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학생들의 개성과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종합계획이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학생인권 침해 사례를 모은 사례집을 발간하고, 인권 역량 프로그램 운영과 인권 교육 전문교사를 양성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갈 방침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들을 시민으로 존중하는 것은 교육감으로서뿐 아니라 어른의 당연한 책무”라며 “앞으로 학생들이 서울교육의 주체로서 교육정책 수립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제시한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가 관련 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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