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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 같은 선율에 추억이 방울방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55호 30면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

영화 ‘록키’(1976)에서 주인공 록키가 필라델피아 뮤지엄의 높은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빠바밤~ 빠바밤~”으로 시작하는 그 음악이 동시에 입가를 맴돌지 않는지. ‘ET’(1982)에서 소년이 ET를 자전거에 태우고 하늘을 날 때 울려 퍼지던 오케스트라의 선율은 어떤가. ‘스타워즈’(1977)의 광활한 우주 장면에 깔리는 테마 음악은. ‘미션 임파서블’(1996)의 톰 크루즈가 공중에서 줄을 타고 내려올 때의 “빰빰빠밤, 빰빰빠밤”은?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 #감독 : 맷 슈레이더 #배우 : 한스 짐머 #대니 엘프먼 존 윌리엄스 #등급 : 전체관람가

위대한 영화 뒤엔 위대한 음악이 있다. 아니, 위대한 음악이 위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은 우리가 기억하는 영화 속 음악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다. ‘스코어(Score)’는 ‘필름 스코어’, ‘언더 스코어’ 등과 함께 영화 음악을 칭하는 단어. 영화광이자 CBS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PD였던 맷 슈레이더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보며 늘 가졌던 의문에 답하기 위해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한다. ‘무엇이 영화 음악을 잊혀지지 않게 만드는가.’

무성 영화 시대에도 영화 음악은 존재했다. 필름 영사기의 기계음을 감추기 위한 장치였다. 영화관마다 피아노나 오르간을 준비해 두고, 제작자가 써준 악보에 따라 혹은 연주자들이 즉흥적으로 창작한 음악을 화면에 맞춰 연주했다. 음악의 중요성을 처음 제작자들에게 가르쳐 준 작품은 ‘킹콩’(1933)이었다. 할리우드의 초창기 특수 효과 기술을 총동원한 이 영화는 화면만 보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여기에 맥스 스테이너의 긴박하고 웅장한 음악이 더해지자 비로소 재난극의 분위기가 완성됐다.

007 살인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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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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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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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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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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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는 이렇게 영화 음악의 역사를 돌아보며 시대를 바꿨던 천재들을 호출한다. 존 윌리엄스(85), 대니 앨프먼(64), 한스 짐머(60) 등이다. 존 윌리엄스는 ‘죠스’(1975) ‘ET’ ‘스타워즈’ ‘인디애나 존스’(1981) 시리즈 등의 음악을 담당한 20세기 영화 음악의 전설. 그가 처음 ‘죠스’의 등장을 예고하는 멜로디 “빠-밤, 빠-밤”을 들려줬을 때 스필버그 감독은 ‘이걸로 될까’ 미심쩍은 반응을 보였다 한다. ‘슈퍼맨’(1978)의 주인공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리브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윌리엄스의 테마곡이 없으면, 슈퍼맨은 날아오를 수 없어요! 음악이 그치면 곧 추락할 걸요.”

‘배트맨’(1989) ‘가위손’(1990) ‘맨 인 블랙’(1997) 등의 대니 앨프먼은 영화 음악에 신디사이저와 펑크 음악을 적극 활용하며 새 장을 열었다. ‘다크 나이트’(2008) ‘인셉션’(2010) ‘덩케르크’(2017) 등으로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스 짐머는 개인 스튜디오를 마련해 오케스트라와 함께 음악을 만든다. 그는 영화에서 “우리는 지구 상에 남은 마지막 오케스트라 뮤지션일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는 이들 외에도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여러 영화 음악가들의 작업 과정을 보여준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정키 XL(50)은 이 영화 만을 위해 7개월 간 특별한 드럼을 개발했다. 음악 감독들은 새로운 소리를 찾기 위해 어린이용 장난감 피아노에서 아시아·아프리카의 전통악기까지 수집하고, 독특한 음향을 위해 오래된 성당과 바람 부는 벌판을 찾아다닌다. 이런 열정을 깨우는 것은 너무나 인간적인 이유, ‘데드라인의 압박’이다. “음악 작업을 반 밖에 끝내지 못했는데, 내 이름이 적힌 영화 포스터가 지하철 역에 떡 하니 붙어있을 때 정말 무서워요.”

이 모든 흥미로운 내용을 뒤로 하고, 이 영화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음악. 영화 전체에 쉬지 않고 흐르는 100여 곡의 명곡들이다. 영화 속엔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작곡가들은 자신이 참여한 영화가 개봉하면 종종 극장 화장실을 찾는다. 영화를 막 보고 나온 사람들이 음악을 흥얼거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스코어’를 보고 나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흥얼거림을 멈추기 힘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동의하게 된다. “영화 음악은 20~21세기의 가장 위대한 예술”이라는 감독의 말에.

글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 라이크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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