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5대 은행, 모두 '역사 속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조.상.제.한.서'. 외환위기 이전까지 5대 시중은행은 이렇게 불렸다.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의 설립 연도에 따른 순서였다. 4월부터 과거 5대 시중은행이 완전히 사라진다. 마지막 남은 조흥은행이 4월 1일 신한은행에 통합돼 없어지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17일 서울 강남별관에서 마지막 창립기념식을 치렀다. 국내 최고(最古) 은행인 조흥의 '109주년 기념식'이었다. 마지막 조흥은행장이 된 최동수 행장은 이날 "조흥이라는 이름이 표면적으로는 사라지지만 국내 최고 은행으로서의 위상은 통합은행이 고스란히 이어받게 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조.상.제.한.서'는 외환위기 이후 합병과 민영화를 거치면서 하나 둘씩 사라졌다. 가장 먼저 없어진 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다. 1999년 1월 두 은행이 합병하면서 한빛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2002년 다시 우리은행으로 개명했다. 서울은행은 2002년 12월 하나은행과 합병하면서 간판을 내렸다. 제일은행은 99년 12월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된 뒤 2005년 4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넘어가면서 지난해 9월부터 SC제일은행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

옛 5대 시중은행의 이름은 사라졌어도 흔적은 당분간 남을 전망이다. 조흥은행이란 간판은 사라지지만 법적으로는 조흥은행이 남게 된다. 조흥.신한 통합추진위원회가 통합은행의 대외적인 브랜드는 '신한은행'으로, 법인 등기부등본상 이름(존속 법인명)은 '조흥은행'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노련에는 서울은행 노조 지부가 여전히 활동 중이다. 서울은행은 하나은행에 합병됐지만, 노조는 아직 통합하지 않은 것이다. 조흥은행 노조 지부도 이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상업.한일은행이 합쳐진 우리은행 내에는 두 은행 출신들이 각각 '상은동호회' '한일동호회'라는 행원 단체를 유지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