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알파고의 끝 ‘알파고 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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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32강전> ●박정환 9단 ○구쯔하오 5단

8보(103~115)=구쯔하오 5단은 지금 좌상 흑 대마를 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귀에 있는 흑 석 점부터 잡아놓지 않으면 되레 백이 위태로워진다. 백이 흑 석 점을 잡고 있을 때 흑은 105, 107, 109로 꽉 틀어막은 다음, 111로 중앙을 지켰다. 갑자기 중앙으로 향하는 손길이 뜬금없어 보여도 이는 필요한 수순. 생략하면 '참고도'처럼 백1로 끊을 때 꼼짝없이 흑 두 점(▲)이 잡힌다. 이어 흑은 113으로 때려 중앙을 다시 지켰다. 이는 '부자 몸조심'이다. 내가 유리하니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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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알파고 제로'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업그레이드 버전이 등장하면서 알파고 진화의 끝은 어딜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알파고 제로는 알파고의 마지막 버전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구글 딥마인드 측의 행보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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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알파고 제로에 대한 논문을 제출한 건 지난 4월 7일이다. 그리고 5월 말, 알파고와 커제 9단의 3번기가 끝난 뒤 구글 딥마인드 측은 알파고의 은퇴를 선언했다. 논문 승인이 늦어지면서 알파고 제로가 이제 세상에 알려진 것뿐이지 알파고 개발 작업은 4월쯤 종료됐을 확률이 높다. 알파고 제로가 알파고의 마지막 유산인 셈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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