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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열등해" 성차별 발언 간부에 외교부 여직원들이 구명 나선 까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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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외교부가 지난달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외교부 간부에 대해 20일 ‘경징계 의결 요구’를 결정했다. 추후 중앙인사위원회에서 감봉이나 견책 등 구체적인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

당시 언론은 외교부 A국장이 출입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여자는 열등하다”고 말하는 등 성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감사 결과 문제되는 발언을 한 건 맞지만 전반적인 맥락을 보면 여성 비하나 성차별적 의도를 갖고 한 발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과거 조선시대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실제 당시 저녁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 3명 중 2명이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열등 뿐 아니라 우등이라는 단어도 나왔고, 오히려 외교부 내 여성 인력의 업무 능력이 더 우수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표현”이라고 진술했다.

그런데도 징계수위가 통상의 서면주의 또는 서면경고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정된 데 대해 이 당국자는 “외교부 간부로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은 하면 안 된다.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점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또 언론에 보도됐다는 점도 참작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A국장과 함께 일했던 여성 직원들이 구명에 나서는 이례적인 상황도 발생했다. 감사관실에 “A국장은 성차별주의자가 아니며, 오히려 여성을 존중하는 업무 환경을 만든 간부”란 취지의 e메일이 10여 통 전달됐다고 한다. 장관실에 A국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의견을 전달한 간부도 있었다. 정부 소식통은 “개인주의적인 조직문화가 짙은 외교부에서 구명운동 자체가 보기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외교부 임직원에 대한 징계 수위 결정권은 외교부 장관에게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엄격한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과도한 처분이 내려졌다는 지적도 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정부 소식통은 “강경화 장관의 징계 의지가 워낙 강했다”며 “서면 경고나 주의 정도로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외교가 소식통도 “강 장관이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으로서 양성평등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과하게  조치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부 내에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외교부 관계자는 “들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차별적으로 느꼈다면 이는 징계를 할 사유가 될 수 있다. 특히 최초의 여성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더욱 엄정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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