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여행할 때도 잘 차려입죠, 그래선가 늘 좋은 인연 생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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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여행자의 취향 │ 패션디자이너 최범석

패션디자이너 최범석

패션디자이너 최범석

“갈 때마다 늘 새로운 친구가 생겨요.”

남성복 ‘제너럴 아이디어’의 최범석(41·사진) 디자이너에게 여행의 재미를 물었더니 나온 답이었다. 낯선 장소에서의 우연한 인연. 누구나 꿈꾸지만 쉽게 이뤄지지 않는 로망이 왜 유독 그에게 쉬운지 물었다.

여행은 자주 다니나.
“매년 두 차례 뉴욕 컬렉션에 가는 것 말고도 한두 번 멀리 떠난다. 올 4월엔 이탈리아·포르투갈·스페인에 갔다.”
여행 스타일은 어떤 편인가.
“철저하게 현지인처럼 지내려고 한다. 파리나 런던처럼 관광 명소가 몰린 곳에서도 ‘그냥 사진으로 봐도 돼’ 하는 수준이다. 오히려 그런 대도시에선 우리로 치면 성북동이나 서래마을 같은 데 있는 에어비앤비를 예약한다. 식당이나 바 같은 데 갈 때도 블로그나 여행 사이트 같은 건 보지 않는다. 거리를 구경하다가 좋은 차가 유독 많이 서 있거나 스타일 좋은 애들이 북적대는 곳을 찍어 들어간다. 취향이 좋은 애들이 가는 곳은 맛도 좋다.”
우연히 만난 사진가 친구가 쿠바 여행 일정 내내 사진을 찍어주고 가이드를 해줬다. [사진 최범석]

우연히 만난 사진가 친구가 쿠바 여행 일정 내내 사진을 찍어주고 가이드를 해줬다. [사진 최범석]

뉴욕에서도 그런가.
“맞다. 갈 때마다 다른 동네에서 지낸다. 최근엔 뉴욕 맨해튼의 로어 이스트, 브루클린의 작고 핫한 장소들을 탐방하는 데 빠져 있다. 그리스 음식점 ‘키키스’, 굴요리 전문식당 ‘메종 프리미에르’ 등은 분위기가 좋아서 혼자 가더라도 말동무가 생긴다.”
친구가 쉽게 생기는 비결은 뭔가.
“일단 기죽지 말고 당당해라. 그리고 잘 입으면 된다. 보통 여행 가면 더 편한 옷만 찾는데 그럼 관광객으로서만 즐기다 오는 거다. 뉴요커처럼, 파리지앵처럼 잘 차려입고 있어야 저 사람 뭔가 재미있겠다, 말 좀 걸어봐야지 하는 거다. 언젠가 여행 마지막 날 좋은 레스토랑에서 와인 한잔을 하고 있었는데 건너편에 할아버지 한 분이 혼자 식사를 하더라. 나폴리 스타일 양복을 빼입고 있어 한눈에 호기심이 생겼다. 합석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경험에서 묻어나는 인생의 조언을 듣는 기회였다.”
옷 때문에 생긴 기억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나.
“2016년 쿠바 여행. 컬렉션이 끝나고 쿠바를 가자고 마음먹었다. 뉴욕 JFK공항에 있는데 예사롭지 않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와서 쿠바에 가냐며 호텔은 너무 비싸니까 자기가 저렴한 카사(정부에서 허가를 낸 민박)을 잡아주겠다고 하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뉴욕에서 활동하는 패션 포토그래퍼였는데, 쿠바 출신 아내가 있어 현지 사정에 밝았다. 원래 닷새만 머물려고 했던 쿠바에서 그 친구 덕분에 2주나 있었다. 헤어지면서 왜 공항에서 우리한테 말을 걸었냐니까 동양 남자가 멋내고 있는 모양새가 보기 좋았다고 하더라.”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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