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을 내야 하는 언론사가 알아야 할 불편한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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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디어 업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뉴스 산업의 위기를 말한다. 그런데 그 위기의 해법을 찾아낸 곳은 아직 없다. 다른 업계의 문제를 진단하고 비판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지만, 정작 그 종사자들은 자기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전 세계 미디어 관련 종사자 3008명이 이달 초(4~7일) 미국 워싱턴에 모였다. 온라인뉴스협회(ONA, Online News Association) 주최로 열린 ‘ONA17’ 컨퍼런스에서다. 디지털뉴스 관련 종사자들의 이익단체인 ONA는 워싱턴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4~7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라인뉴스협회(ONA, Online News Association) 주최로 열린 ‘ONA17’ 컨퍼런스. 차트비트의 조시 슈왈츠 데이터 총괄. 최선욱 기자

4~7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라인뉴스협회(ONA, Online News Association) 주최로 열린 ‘ONA17’ 컨퍼런스. 차트비트의 조시 슈왈츠 데이터 총괄. 최선욱 기자

언론사는 독자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른 시장에서 퇴출 되는 기업을 진단할 땐 전문가의 말을 통해 “급변하는 소비자 취향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식의 분석을 내놓는 게 언론사지만, 정작 자신의 소비자(독자)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자리에서 뉴스 독자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차트비트(Chartbeat)의 조시 슈왈츠 데이터 총괄은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뉴스 소비 동향을 측정해 그 결과를 보여줬다.

4~7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라인뉴스협회(ONA, Online News Association) 주최로 열린 ‘ONA17’ 컨퍼런스. 최선욱 기자

4~7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라인뉴스협회(ONA, Online News Association) 주최로 열린 ‘ONA17’ 컨퍼런스. 최선욱 기자

“여러분 회사 뉴스 페이지 방문자의 45%는 기사를 읽기 위해 찾아오는 게 아닙니다.”

슈왈츠 총괄이 실망스러운 수치를 담은 ‘팩트 폭력’으로 강의를 시작하자 방청석에선 허탈함 섞인 웃음이 터졌다. 그는 기사 한 건을 읽는 시간이 15초 이하인 방문자가 전체의 45%에 이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는 설문조사가 아니라 실제 디지털뉴스 이용자의 행태를 분석한 결과다.

4~7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라인뉴스협회(ONA, Online News Association) 주최로 열린 ‘ONA17’ 컨퍼런스. 최선욱 기자

4~7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라인뉴스협회(ONA, Online News Association) 주최로 열린 ‘ONA17’ 컨퍼런스. 최선욱 기자

과거엔 전 세계 디지털뉴스 회사들이 PV(Page View)에만 집착했다. 기사에 첨부된 광고가 PV에 비례해 노출되면서 이를 토대로 광고 매출을 올리는 게 주요한 수익 창출 전략이었다. 하지만 점점 노출 광고에 뉴스 소비자가 지쳐갔고, 이를 발빠르게 알아챈 기업들은 노출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다.

그래서 세계 주요 언론사들은 독자를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PV 뿐 아니라 또 하나의 과제가 생긴 것이다. 기사를 꼼꼼하게 읽고 한 뉴스 회사 페이지 안에서 오래 머무는 독자를 누가 더 많이 끌어들이느냐가 숙제다. 업계에선 “독자 Engagement(관여도)를 올린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여도를 올릴까. 슈왈츠 총괄은 5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기사가 길 수록 그 기사를 끝까지 다 읽는 비율은 낮아진다.
▶문장이 복잡하면 기사를 끝까지 다 읽기 어렵다.
▶인용 문장이 풍부한 기사는 완독률을 높인다.
▶긍정적인 감성이 담긴 문장으로 기사를 시작하면 완독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감성이 불명확한 기사는 완독률에 부정적이다.

‘우리 회사의 뉴스는 위 요건을 잘 충족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언론사가 많을 수 있다. 현장에서 강연을 듣는 기자들의 분위기도 그랬다. 이를 예상한 듯 슈왈츠 총괄은 불편한 진실을 꺼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사를 끝까지 읽지 않아요. 기사를 클릭한 사람의 50%는 읽기 시작하기도 전에 창을 닫습니다.”

그는 주간 단위 뉴스 페이지 방문객 추이 분석 결과도 설명하면서 “이번 주 당신 회사의 뉴스 페이지 방문자 중 60%는 다음주엔 오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또 “여러분 페이지를 찾는 사람 중 94.5%는 고객 충성도도 낮고 게다가 정기구독(유료 결제, 앱 다운로드 등)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 언론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슈왈츠 총괄이 제시하는 첫번째 과제는 철저한 독자 분석이다. 하지만 비영리 언론 연구단체인 ICFJ(The International Center for Journalists)가 130개국 2700곳의 뉴스룸(편집ㆍ보도국)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73%의 뉴스룸이 아직 PV 측정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에선 PV 뿐 아니라 독자 체류시간, 완독률, 독자 유입 경로 등을 측정·분석하는 자체 시스템을 갖춘 종합일간지 회사는 중앙일보 뿐이다.

슈왈츠 총괄은 “검색 사이트, 페이스북, 직접 방문 등 각 유입 경로마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원하는 뉴스의 종류가 다르다”며 “이 같은 수용자 분석을 통해 고객 충성도와 구독자를 늘리고, 그 구독자를 토대로 수익 창출을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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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본 기사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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