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말하면 죽이겠다" 의붓 손녀 성폭행해 아이 둘 낳게 한 50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린 의붓 손녀를 6년간 성적으로 유린해온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20년의 중형을 내렸다.

법원 “죄질 불량…국민적 공분” #징역 20년 단죄 #“6년간 집 안에서 두 번씩, #차에서 당한 것은 #너무 많아 기억 못 할 정도… #경제적 의존 피해자 #보호는커녕 #성적 욕구 수단으로 이용”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 김정민)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3)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프로그램 16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02년부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온 여성(60대)의 손녀 B양(17)을 상대로 성폭행을 일삼았다. 피해자가 초등학생일 때 시작된 성폭행은 고교 진학 후까지 무려 6년간 지속됐으며, 이로 인해 B양은 아이를 두 명(1세ㆍ2세)이나 출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2011년 가을 부모의 이혼으로 함께 살게 된 B양을 “할머니에게 말하면 죽이겠다”라고 협박해 몸을 만지는 등 추행한 데 이어 이듬해 초부터 올해 초까지 경기도 자택과 자동차 안에서 수차례에 걸쳐 B양을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B양은 수년간 A씨에게 할머니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본 데다, 경제권을 쥐고 있는 A씨에게 저항할 생각은 조금도 못했다.

이 때문에 B양은 15세 중학생이던 2015년 임신을 하게 됐고, 그해 9월 집에서 아들을 낳았다. 당시 B양은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혼자 가위로 탯줄을 자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출산 한 달도 안 된 같은 해 10월 B양을 재차 성폭행했다. 잇단 성폭행으로 둘째 아이까지 임신하게 된 B양은 첫째를 낳은 지 꼭 10개월 만인 2016년 7월 둘째 아들을 낳았다. 배가 불러와 고등학교 자퇴를 한 상태였다.

B양은 할머니에게 길거리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식으로 둘러대며 A씨의 범죄 사실을 숨겼다. 무려 6년간 이어진 성적 학대 속에 B양은 올해 초 집을 뛰쳐나와 할머니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알렸고, 할머니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B양은 할머니에게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가 않다”며 두 아이의 아버지가 A씨라는 사실을 할머니에게 털어놓으면서 A씨의 인면수심 만행이 막을 내렸다. 현재 B양은 지방으로 내려가 요양하고 있다. 할머니는 A씨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가 B양의 두 아들을 맡아 키우고 있다. 이제 막 만 1살, 만 2살이 된 아기들이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이례적으로 형사부 부장검사가 직접 A씨를 기소했다. 수사과정에서 A씨는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고, 일부 범행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임신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여타 성폭력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죄질이 불량하다”라며 “피고인은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이례적으로 신랄하게 꾸짖었다.

이어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자신의 성적 욕구 만족의 수단으로 이용했다”라며 “피고인의 행위는 건전한 성적 도덕관념을 가진 일반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국민적 공분을 사지 않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범죄사실로 인정되진 않았지만 피해자가 “6년간 집 안에서 일주일에 한번에서 많게는 두 번씩 성폭행당했고, 차에서 당한 것은 너무 많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피고인도 총 15차례 성관계를 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실제 피해는 판시 범죄사실(5회)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범행의 중대성과 피해의 심각성에 대해 어떠한 단어로도 그 실체를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라며 “피고인에게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건전한 성적 도덕관념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납득할만한 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피고인은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같이 살던 피해자를 성폭행해 두 번의 임신과 출산을 하게 하는 등 반인륜적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재차 부연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