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해도 … 중단없는 셀트리온 ‘공매도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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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바이오의약품 제조사인 코스닥 상장사 셀트리온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파는 공매도도 함께 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를 두고 옛 공매도 세력과 신규 투자자, 신(新) 공매도 세력 간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 이전 결정 후 주가 35% 상승 #공매도 비중, 오히려 14%까지 올라 #“신·구 세력들 힘겨루기 양상” 분석 #“결국 기업 펀더멘털이 중요” 의견도

18일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0.21% 오른 19만210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장중 20만원을 넘어서며 신고가도 썼다. 지난달 29일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결정한 임시 주주총회 이후 7거래일간 연속 상승했다. 그동안에만 주가가 35% 뛰었다. 최근 두 달 사이에는 두 배로 올랐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주가가 수직으로 상승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내년 초 예정된 코스피 이전 상장이다. “공매도 못 참겠다”며 시작된 소액주주 청원이 시발점이 됐다.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가면 시가총액 20위권에 들어 무난하게 코스피200에 편입되고 지수를 따르는 인덱스 펀드 자금이 유입돼 수급은 개선될 수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3월께 코스피200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덱스 자금 가운데 4500억원 매수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실적 기대감이다. 이제 막 형성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평균 30%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할 만큼 전망이 밝다. 증권가에서는 해가 갈수록 매출을 비롯한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1800억원가량이던 순이익도 올해와 내년 각각 3700억원, 52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분석도 있다. 과거 대규모로 이뤄진 공매도가 최근 빠르게 청산되면서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가 10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하락했던 지난 3월 한 달간 평균 공매도 비중은 21%에 달했다. 올해 월간 기준 최대치다. 하지만 최근 주가 상승 흐름이 강해질 조짐을 보이면서, 과거 공매도를 청산하기 위해 주식을 매수하는 ‘숏커버링’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공매도를 했던 곳이 주가 상승으로 마진콜(투자 손실이 났을 때 기존 증거금을 보전하기 위해 추가 납입을 요구하는 것)을 받으면서 계속 돈을 넣다가, 더는 못 버티고 청산하는 상황이 된 듯하다”며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공매도 숏커버링이 이뤄지면서 주가 상승 속도가 가팔라졌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이전 상장과 실적 기대감에 주식을 새로 사는 쪽과 과거 공매도를 청산하기 위한 매수 세력이 있다면 다른 편엔 새로운 공매도 세력이 있다. 지난달 29일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 직후 처음 열린 지난 10일 주가가 1.7% 올랐지만, 공매도는 20만6000여주로 전체 매매 계약의 14%에 달했다.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월 평균 공매도 비중은 5% 내외였다.

공매도 규모가 커지면 ‘주가가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다른 투자자가 따라서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매도가 갑자기 늘면 주가가 내릴 확률이 높다. 하지만 주가가 오르면서 공매도가 느는 것은 여러 세력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 상승으로) 공매도 세력이 갖는 위험 부담은 확실히 커지고 있다”며 “공매도를 하는 쪽은 주로 기관과 외국인인데 치열하게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셀트리온의 주가 상승이 여러 배경이 맞물린 결과인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낙관은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주가가 오르는 데도 공매도가 증가하는 것은 이 종목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결국 주가는 기업 가치, 즉 펀더멘털을 반영해서 적정 가격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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