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회견 U조직위 반응] "사과했는데 또…" 난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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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극만 총단장이 남측의 사죄 등을 재촉구하면서 사례로 제시한 것은 두 가지다. 남측의 보수단체가 24일에 이어 26일에도 자신들을 비방했다는 것과 응원단이 머무는 대구은행연수원에 불순분자들이 침입해 여성 응원단에 정신적 충격을 줬다는 것이다.

전총단장은 "26일 오전 우리 마라톤 선수들이 훈련하는 대구 월드컵경기장 주변에서 남측 우익보수단체가 방송차까지 동원해 우리를 마구 헐뜯었으며, 남측 경찰은 이를 방치하다가 우리 측의 항의가 있고 나서야 제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광주 모 교회의 전도사 金모(41)씨 등이 트럭을 타고 전국을 돌며 반공 가두방송을 하다 대구에 들러 북한 선수들과 마주친 것"이라며 "경찰은 이들을 바로 연행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은행연수원에서 불순분자들이 침실에 침입해 불순한 글과 화투장을 침대 속에 밀어넣었다는 북한의 주장은 오해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것은 10원짜리 한개와 화투 3장, 국내 시인의 시 한편이 인쇄된 A4 용지, '금생공상반생사여공(今生共相伴生死如共:지금 살아서도 같이하고 죽어서도 같이한다)'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 쪽지 등이다.

조직위는 "과거 연수원 이용자들이 숙소에 두고 나온 것을 청소할 때 미리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연수원은 고지대에 있는 데다 3중으로 경비하고 있어 불순분자의 침입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정부 및 대구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북측의 진의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느라 분주하다. 이미 조직위원장이 유감을 표명했는데 또 다시 사과가 필요한지, 그리고 '책임 있는 남측 당국의 공식 사죄'에서 어느 선을 '책임 있는 당국'으로 봐야 할지 등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윤태영(尹太瀛)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4일 북한 기자단과 국내 시민단체 회원들의 충돌 때도 조직위가 처리했던 만큼 일단 조직위의 해결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북측이 요구한 시위 주동자 처벌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라며 난감해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북한이 철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행사를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양측의 문화 차이로 빚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니 참으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반sports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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