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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北 연계 유령회사만 160개…불법수출, 돈세탁 온상"

중앙일보

입력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이 점차 끊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은 홍콩에 복수의 유령회사를 세워 여전히 불법 무역과 돈 세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 서류상 주소지 직접 찾아가며 北 유령회사 찾아나서 #"北, 유엔제재 등 피해 외화벌이 하려고 유령 회사 이용…미국에 있는 금융기관도 거쳤을 수도"

[사진 CNN 홈페이지]

[사진 CNN 홈페이지]

CNN은 16일(현지시간) 홍콩에 위치한 북한의 유령회사들을 취재한 결과를 전하며 "홍콩 소재 북한 연계 유령회사들이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들 회사 대부분은 자체적인 자본이나 비즈니스 활동이 거의 없어 제3의 해외 또는 북한국적 회사에게 이름을 빌려주거나 조세 회피를 돕거나 불법 거래를 도모하는 '셸 컴퍼니(Shell Company)'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홍콩의 번화가인 완차이 지역의 헤네시가에 서류상 위치한 '우나포르테 리미티드 홍콩'은 CNN이 꼽은 대표적인 북한 연계 유령회사 중 하나다. CNN 취재진은 서류상 주소지를 직접 찾아가봤지만 해당 회사의 사무실은 온데 간데 없이 다른 회사가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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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은 최근 2개의 보고서를 내놓고 이 회사가 북한 나선에 은행을 설립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는 유엔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됐지만, 마찬가지로 유엔과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인 단둥 훙샹실업발전과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둥 훙샹실업발전은 북한과의 거래로 제재 대상이 됐다.

단둥 훙샹실업발전 역시 홍콩에 13개의 유령회사를 세워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무실 주소도 우나포르테 주소지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두 회사의 거래 및 연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CNN은 두 회사가 직접적인 현금 거래가 아닌 은행 거래를 했을 경우, 미국에 있는 금융기관을 거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인 휴 그리피스는 CNN 인터뷰에서 "홍콩은 북한에 가장 가까운 주요 국제 금융센터이자, 주요 역외 국제금융 센터"라면서 "베이징보다 규제가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적인 '페이퍼 컴퍼니 천국'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보다도 홍콩에 위치한 북한의 유령회사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미 당국도 이같은 북한의 꼼수를 파악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8일, 미 재무부의 테러리즘 및 금융정보 담당 시걸 맨덜커 차관도 상원 청문회에 나와 "북한 체제가 해외에서 물자 등을 구매하기 위해 유령회사 및 기타 금융 관행을 통해 국제 금융시스템에 접근하고 있다"고 밝린 바 있다.

미 워싱턴 소재 비정부기구인 C4ADS는 지난 2016년 보고서를 통해 홍콩 내 북한 유령회사의 수가 160개 가량이라고 집계했다. 또, 안보 관련 기업인 사야리 어낼리틱스도 북한과 연계된 홍콩의 유령회사가 100개에 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제시카 나이트 사야리 어낼리틱스 분석 책임자는 "홍콩에는 북한과 연계된 100개 이상의 기업 및 개입들이 있는데다가 300개 이상의 중국 본토 기업들이 북한 네트워크에 연결돼있다"며 "홍콩과 중국 본토 기업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있으며, 하나의 광범위한 북한 네트워크의 일부분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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