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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중국, 한국차 반값에 품질도 좋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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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 체리차는 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최초로 단독 부스를 마련했다. [EPA=연합뉴스]

중국 체리차는 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최초로 단독 부스를 마련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17 국제자동차전시회(IAA·프랑크푸르트모터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콘셉트카를 선보인 중국의 창청·체리자동차의 부스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5~6개 업체가 공동으로 부스를 차리다가 올해엔 처음으로 업체별로 부스를 마련했다. 천안닝 체리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최첨단 제어장치·디스플레이 등을 장착한 것은 물론 차체 설계를 유럽에서 담당해 안정성·디자인을 끌어올렸다”며 “우리는 중국이 아닌 글로벌 완성차 업체”라고 말했다.

외국차와 품질 격차 날로 좁혀 #미국 조사서 22점 차로 따라와 #동남아·브라질 등 세계시장 공략 #가격 경쟁력 잃은 한국차 위협 #전기차 판매도 2년 연속 세계 1위

중국의 ‘자동차 굴기(崛起)’가 거침없다. 선진국 제품을 베끼던 수준에서 벗어나 거대 중국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차들이 중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10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차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14년 9%에서 올해 5월 4%로 반 토막이 났다. 중국 시장 진출 이래 가장 낮다. 한국차 부진으로 이득을 본 것은 중국 업체들이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이 38.4%에서 44.7%로 늘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은 “한국차는 중국차에 비해 품질·기술력이 앞섰지만 최근 중국차의 경쟁력이 올라오면서 이런 우위가 희석되고 있다”며 “중국 업체의 도약으로 독일·일본·미국 등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한 한국차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차의 강점은 싼 가격이다. 중국 SUV 판매 1위인 창청자동차 H6의 가격은 10만 위안(약 1700만원)으로 동급인 현대차 투싼(17만~24만 위안)의 절반이다. 품질이 그리 나쁘지도 않다. 미국 JD파워의 신차 품질 조사에서 2005년 중국차의 평균 점수는 외국차 평균보다 190점이나 낮았지만 지난해에는 22점으로 줄었다.

내수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중국차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웨덴 볼보를 인수하고 프랑스 PSA, 영국 로터스에 지분 투자를 하는 등 중국 기업들이 2008년 이후 해외 자동차 산업에 쏟아부은 금액은 340억 달러에 이른다. 상하이자동차는 미국과 공동으로 인도네시아에 ‘우링’ 브랜드 공장을 건설하는 등 동남아·멕시코·브라질 등으로의 진출도 활발하다. 한국에서도 서서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올 초 한국에 진출한 중국의 중형 SUV 켄보600은 2000만원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8월까지 260대가 팔렸다. 트럭·버스 등까지 합치면 국내에서 굴러다니는 중국차는 약 1800대다.

문제는 중국 자동차가 중국 시장뿐 아니라 신흥국 등 해외시장에서 한국 업체와 경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차의 장점으로 꼽히던 우수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각종 비용 증가로 빛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일본의 자동차 산업 전문 조사 회사 ‘포인’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차는 중국에서 선진국과 중국 업체 양쪽에 밀리는 샌드위치 상황에 놓였고 북미 시장에서는 라이벌인 일본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한때 한국은 5개 완성차 제조사를 보유한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이었다. 2005년부터 11년 동안 한 차례도 ‘톱5’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인도에 5위 자리를 내주고 6위로 내려앉았다. 지금 같은 위기가 이어지면 올해 한국은 멕시코에 6위 자리마저 넘겨주고 7위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도 중국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현재 친환경차로 각광받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세계 1위는 중국의 비야디(BYD)다. 비야디는 지난해 전기차만 10만 대 넘게 팔면서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독일 전략컨설팅기업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까지 총 359만 대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153만 대)·독일(106만 대)을 합친 것보다 많다. 반면에 한국은 16만 대 생산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의 현대차는 궁극적으로 수소연료전지차가 전기차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수소차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시장이 커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 미국·유럽 업체가 한국차를 무시하다 추월당했는데 이제는 한국이 중국차의 비상을 경계해야 할 때”라며 “고비용 저효율 생산 구조 개선, 해외시장 맞춤형 차량 개발, 미래차 기술 개발 등 위기 극복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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