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객 2000만 시대의 그늘, 재외국민 사건사고 최근 4년 간 87%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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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황금연휴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7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이 해외에서 돌아온 인파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추석 황금연휴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7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이 해외에서 돌아온 인파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해외여행객은 지난해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30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추석 황금연휴 기간에도 110만 명이 해외로 떠났다. 그만큼 그늘도 있다. 해외에서 각종 사건·사고로 피해를 입은 우리 국민이 지난해 1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외교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이 관련 자료를 쏟아내며 재외국민 보호를 강조하고 나섰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살인·강도·절도·강간·폭행·교통사고 등 해외에서 사건·사고를 당한 피해자 수가 9290명에 달했다. 2013년 4967명, 2014년 5952명, 2015년 8298명으로 매년 급증했다. 2013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87% 증가한 셈이다. 올 상반기(6월 말 기준)에도 5565명이 피해를 입었다.

2013년 이래 유형별로 보면 절도 피해자가 2만4461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행방불명(1483명), 사기(1394명), 교통사고(1193명), 폭행·상해(1165명), 강도(929명) 순이었다. 증가폭으로만 보면 교통사고가 가장 높아 2013년 152명에서 지난해 340명으로 12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재외공관의 민원처리량도 2013년 38만2970건에서 지난해 50만3023건으로 늘었다.(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실) 올해는 8월 말 기준 33만2114건이 접수됐다. 이중 사건·사고나 재난 발생 시 소재 파악과 보호 용도로 사용하는 재외국민등록이 2013년 4만5516건에서 지난해 8만2834건으로 82% 증가했다. 박주선 의원은 “급증한 재외국민에 대한 안전과 민원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워 각 재외공관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긴급서비스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실이 지난 9월 17일과 21일 외교부 해외여행안전 어플리케이션에 등록된 172개 재외공관의 긴급 연락처 번호로 전화한 결과 35%에 달하는 60개 재외공관이 불통이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169개 재외공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긴급 번호로 걸었을 때도 28%에 달하는 49개 재외공관이 불통이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원 의원은 “긴급연락처는 업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24시간 응대토록 되어 있다”며 “긴급연락처가 불통이거나 잘못 기재된 경우도 많고, 앱과 홈페이지 간에 번호가 상이하거나 누락된 경우도 많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의원은 “외교부의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지침’은 훈령 수준에 머물고 있어 강제성이나 책임성이 현격히 떨어진다”며 “정부 차원에서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재외국민보호법이 시급하게 법제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미국의 ‘스마트 여행자 등록 프로그램’, 영국의 ‘해외 영국인 지원 가이드’ 등 선진국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우리 실정에 맞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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