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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신문? 유도심문?’ 뭐가 맞는 말일까

중앙일보

입력

다음 중 올바른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한 문장은?


녹색으로 표시된 문장이 올바른 표현. 괄호 안의 숫자는 해당 표현을 올바른 표현이라고 답한 이들의 비율. [자료 인크루트]

방을 깨끗이 치웠다. (74%)
방을 깨끗히 치웠다. (26%)

제주도에 놀러 가고싶어. (28%)
제주도에 놀러 가고 싶어. (72%)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너 밖에 없다. (64%)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36%)

어따 대고 반말이야. (72%)
얻다 대고 반말이야. (28%)

재판장은 유도신문을 질책했다. (23%)
재판장은 유도심문을 질책했다. (77%)

고개를 깊숙히 숙이다. (55%)
고개를 깊숙이 숙이다. (45%)

가시 돋힌 말을 내뱉었다. (62%)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 (38%)

어렵게 전세집을 구했다. (38%)
어렵게 전셋집을 구했다. (62%)

취업포탈 인크루트가 9일 517번째 한글날을 맞아 한 설문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성인 275명에게 헷갈리는 우리말 표현 8개 중에 올바른 것을 고르라고 했더니, 전체 응답자의 과반이 정답을 고른 문항은 3개에 불과했다.

가장 많이 틀린 문항은 ‘유도신문’과 ‘유도심문’ 중 맞는 표현을 고르라는 것이었다. ‘유도신문’이 옳은 표현이지만 ‘유도심문’을 고른 응답자가 전체의 77%였다.

‘신문(訊問)’과 ‘심문(審問)’은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신문(訊問)’은 ‘알고 있는 사실을 캐어물음’, ‘심문(審問)’은 ‘자세히 따져서 물음’을 뜻한다.

하지만 두 단어가 자주 쓰이는 법률 용어에선 차이가 있다. ‘신문’은 ‘법원이나 기타 국가 기관이 어떤 사건에 관하여 증인·당사자·피고인 등에게 말로 물어 조사하는 일’이고, ‘심문’은 ‘법원이 당사자나 그 밖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서면이나 구두로 개별적으로 진술할 기회를 주는 일’이다. 즉 신문은 수사기관이 수사나 판결을 위해 질문하고 조사하는 행위이고, 심문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진술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검찰이 피의자의 구속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면 법원이 피의자의 진술을 듣는 절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다.

그다음으로 오답이 많았던 것은 ‘얻다 대고’와 ‘어따 대고’ 중 맞는 것을 고르는 문항이었다. ‘어디에다 대고’의 줄임말이라 ‘얻다 대고’가 맞는 표현이지만 28%만 정답을 골랐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얻다 대고’는 한 낱말이 아닌 구(句)여서 많은 사람이 사용한다고 해도 복수표준어로 인정되기 어렵다. ‘어따 대고’로 표기해야 할 문법적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너밖에’와 ‘너 밖에’도 띄어써야할지 헷갈리는 표현 중 하나다. 이 경우 ‘밖에’가 ‘그것 말고는’, ‘그것 외에는’의 의미를 지닌 조사로 사용돼 붙여 쓰는 것이 맞다. 다만 ‘밖’이 ‘어떤 선이나 금을 넘어선 쪽’을 뜻하는 명사로 쓰였을 경우에는 띄어써야 한다. 예를 들어 “집 밖에 마당이 있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가시 돋친’과 ‘가시 돋힌’ 중에서는 ‘가시돋친’이 올바른 표현이다. ‘돋치다’는 ‘돋다’는 자동사에 강조의 의미를 지닌 접사 ‘치’가 붙은 것이다. ‘돋다’는 자동사이기 때문에 ‘이’, ‘히’, ‘리’, ‘기’, 등을 붙여 피동사로 만들 수 없다.

‘깊숙이’와 ‘깊숙히’ 중에는 ‘깊숙이’가 맞는 표현이다.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부사의 끝음절 소리가 분명히 [이]로만 나는 것은 ‘이’로 적고, [히]로만 나거나 [이]나 [히]로 나는 것은 ‘히’로 적도록 돼 있다.

응답자의 96%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신경을 쓴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 [자료 인크루트]

응답자의 96%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신경을 쓴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 [자료 인크루트]

사람들은 평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67%는 “보고서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아주 신경을 쓰는 편이다”고 답했다. ‘약간 신경쓴다’는 답변까지 합치면 전체의 96%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4%에 그쳤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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