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늘 문 여는 맛집] 줄 서는 닭한마리감자탕집 비결을 보니

중앙일보

입력

추석 연휴 동안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고 서울에만 머문다고 아쉬워할 필요 없다. 해외나 지방 휴가지로 떠나는 이들이 부럽지 않을 만큼 프랑스·일본·이탈리안·한식 등 다양한 맛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긴 연휴에 웬만한 식당은 다 쉴 것 같지만 소문난 맛집 중 의외로 문을 여는 곳이 꽤 많다. 연휴 기간 동안 매일 한 곳씩 '오늘 문 여는 맛집'을 소개한다. 오늘(10월 8일)은 닭한마리감자탕이다.  

닭한마리감자탕(먹쇠골)은 향이 강한 깻잎·들깨 대신 마지막에 구수한 맛을 내는 콩가루를 넣는다. 김경록 기자

닭한마리감자탕(먹쇠골)은 향이 강한 깻잎·들깨 대신 마지막에 구수한 맛을 내는 콩가루를 넣는다. 김경록 기자

얼큰한 국물에 돼지등뼈의 살을 발라 먹는 재미까지, 감자탕만의 매력이다. 여기에 술 한잔을 더하면 추석 연휴내 쌓인 스트레스 푸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싶다. 그럴 때 가볼만한 곳이 바로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인근 신사동 먹자골목에 자리한 먹쇠골이다. 정식 이름은 먹쇠골이지만 다들 닭한마리감자탕집으로 부르는 그 집 말이다.
신사동 먹자골목에서 유독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은 감자탕과 닭볶음탕을 파는데 저녁 6시 30분이면 늘 가게 앞엔 긴 줄이 늘어선다.
지금은 줄서야 들어가는 맛집이지만 2004년 처음 문을 열고 몇 년 동안은 맛집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필수(63) 사장의 아들 대철(36)씨는 "가게를 열고 5년이 지나도록 장사가 너무 안돼 아버지가 가게를 내놓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 당시엔 콩나물과 삼겹살을 함께 내는 콩나물삼겹살을 팔았다.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은 많았지만 정작 가게 안에 들어오는 사람은 적었다. 게다가 대여섯 명이 와도 고작 삼겹살 1~2인분만 시켰다. 거리 특성상 다른 곳에서 1차를 하고 배가 부른 상태로 온 2차 손님들이었기 때문이다.

들깨가루 대신 콩가루

1. 미리 삶아 양념한 고기를 냄비에 담아낸다. 2. 고기는 핏물과 기름기를 제거한 뒤 양념해둔다. 3. 사람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메뉴를 아예 간판에 적은 게 상호로 굳어졌다. 김경록 기자

1. 미리 삶아 양념한 고기를 냄비에 담아낸다. 2. 고기는 핏물과 기름기를 제거한 뒤 양념해둔다. 3. 사람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메뉴를 아예 간판에 적은 게 상호로 굳어졌다. 김경록 기자

반전은 아들 대철씨가 가게에 나오면서부터. 2008년 군 제대 후 일식집에서 일하던 대철씨가 어머니를 대신해 가게에 나와 아버지를 돕기 시작했다. 메뉴도 바꿨다. 삼겹살 대신 감자탕과 닭볶음탕을 팔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전히 손님 반응은 차가웠다. 심지어 대놓고 “못 먹겠다”고 말하는 손님도 있었다. 하지만 불만을 이야기하던 손님이 조금씩 줄더니 3개월이 지나자 “개운한 맛이 다른 가게 감자탕과 다르다”며 칭찬하는 손님이 생겼다. 감자탕 한 그릇 먹겠다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까지 생겼다.
비결은 레시피에 있었다. 대철씨는 “처음엔 무턱대고 우리식대로 만들었는데 조금씩 손님의 의견을 열심히 듣고 공부해가며 레시피를 바꿨다”고 말했다.
이집이 손님을 끄는 비결 중 하나는 깔끔한 국물이다. 돼지 등뼈를 두 번 삶아 냄새를 제거할 뿐 깻잎이나 들깨가루처럼 향이 강한 식재료는 넣지 않는다.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돼지등뼈를 월계수잎을 넣고 끓여서 기름기와 핏물을 1차로 제거한 후 다시 끓여 기름기를 한번 더 제거하는 것이다. 과정은 번거롭지만 여러 번 걸러내고 월계수잎을 넣은 덕분에 고기 잡내가 나지 않고 맛이 깔끔하다. 또 다른 비결은 콩가루다. 손님이 주문하면 냄비에 미리 삶아놓은 돼지등뼈와 육수, 채소를 담아 내는데 이때 콩가루를 함께 넣는다. 이렇게 하면 콩가루가 국물맛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구수한 맛을 낸다.
또 다른 감자탕집에 비해 돼지등뼈에 살점이 넉넉히 붙어있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돈이 더 들더라도 살 많고 품질 좋은 고기를 고집한 결과다. 아무리 오래 거래했더라도 품질이 떨어지거나 무게가 덜 나가는 고기를 가져오면 어김없이 돌려 보낸다고 한다. 고기 삶는 시간도 중요하다. 영업 비밀이라며 삶는 시간까지 정확하게 알려주진 않았지만 살코기가 부스러지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낼 정도만 삶는다.

닭한마리감자탕은 24시간 운영한다. 처음에는 저녁부터 아침까지 밤장사만 했는데 인근 회사원들 요청으로 24시간 식당으로 바꿨다. [사진 닭한마리감자탕]

닭한마리감자탕은 24시간 운영한다. 처음에는 저녁부터 아침까지 밤장사만 했는데 인근 회사원들 요청으로 24시간 식당으로 바꿨다. [사진 닭한마리감자탕]

이집은 24시간 영업을 한다. 초기엔 오후 6시부터 아침까지 밤장사를 했는데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에도 열어달라”고 요청해 2010년부터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아버지 정 사장이 경기도 의왕시에 2호점을 내면서 대철씨가 신사동 가게를 도맡아 하고 있다. 대철씨는 아무리 바빠도 시간 날 때마다 손님 표정 살핀다.
“맛이 어떤지 손님이 맨 처음 딱 한 입 먹고 나면 표정에 다 나타나요. 그래서 늘 손님 표정을 살펴요. 손님을 만족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하니까요.”

관련기사

감자탕만큼 인기가 많은 닭볶음탕 [사진 닭한마리감자탕]

감자탕만큼 인기가 많은 닭볶음탕 [사진 닭한마리감자탕]

·대표 메뉴: 감자탕 2만5000원(소), 3만2000원(중), 4만원(대), 닭볶음탕 2만·3만·4만원 ·개점: 2004년 ·주소: 강남구 강남대로 152길 13(신사동 512-18) ·전화번호: 02-515-5220 ·좌석수: 32석 ·영업시간: 24시간(명절 당일 휴무) ·주차: 불가

손님 의견 듣어가며 레시피 완성 #마지막에 콩가루 넣어 깔끔 #4일 제외하고 연휴내 영업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다음은 소개순서
10월 1일 동경전통육개장
10월 2일 순희네빈대떡
10월 3일 남경막국수
10월 4일 전주청국장
10월 5일 동원민물장어
10월 6일 논현동 고향집
10월 7일 야래향
10월 8일 닭한마리감자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