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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콩>의 모델 '마운틴고릴라'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영화 <킹콩>의 실제 모델인 르완다 마운틴 고릴라. 사진 속 고릴라는 르완다 볼캉국립공원의 명물이었던 &#39;실버백&#39; 칸츠비(Cantsbee)다.[다이앤포시재단]

영화 <킹콩>의 실제 모델인 르완다 마운틴 고릴라. 사진 속 고릴라는 르완다 볼캉국립공원의 명물이었던 &#39;실버백&#39; 칸츠비(Cantsbee)다.[다이앤포시재단]

내전의 아픔을 극복하고 경제 성장률을 높여가는 아프리카 르완다의 또다른 상징은 고릴라다. 금발 미녀와 사랑에 빠진 <킹콩>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고릴라는 이 지역 최고액권 화폐(5000 르완다 프랑·약 6500원)에도 등장한다. 바로 우거진 열대우림 속에 사는 야생 ‘마운틴 고릴라’다.

전 세계 800여마리만 남아 '멸종직전' #아프리카 르완다에선 최고의 외화벌이 수단 #올해 초 고릴라 관광비용 1500달러로 인상

르완다 최고가액 화폐인 5000르완다프랑권(우리돈 약 6500원)의 주인공인 마운틴 고릴라. [르완다국립은행]

르완다 최고가액 화폐인 5000르완다프랑권(우리돈 약 6500원)의 주인공인 마운틴 고릴라. [르완다국립은행]

마운틴 고릴라는 르완다 북서쪽에 위치한 비룽가 화산지역의 ‘볼캉(Volcan)’ 국립공원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 동물이다. 지난 8월 르완다에서 아동구호 교육사업을 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현지 취재를 하는 동안 마운틴 고릴라는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었다. 마운틴 고릴라 관광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마운틴 고릴라는 우리가 흔히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로랜드 고릴라'보다 훨씬 희귀하다. 로랜드 고릴라는 아프리카 열대 우림에 비교적 폭넓게 서식하지만 마운틴 고릴라는 해발고도 2300~3500m의 산악지대에서만 산다. 마운틴 고릴라는 몸집도 더 크고 털 색깔도 더 검다. 등에 하얀 털이 난 ‘실버백’이라 불리는 우두머리 수컷을 중심으로 10~20마리가 가족을 이뤄 생활한다.

다이앤 포시가 생전에 연구했던 &#39;실버백&#39; 칸츠비(사진에서 아래쪽). 칸츠비의 등이 은색 털로 뒤덮인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칸츠비는 38세의 나이로 올해 초 은퇴한 후 5월 숨진채 발견됐다.[다이앤포시재단]

다이앤 포시가 생전에 연구했던 &#39;실버백&#39; 칸츠비(사진에서 아래쪽). 칸츠비의 등이 은색 털로 뒤덮인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칸츠비는 38세의 나이로 올해 초 은퇴한 후 5월 숨진채 발견됐다.[다이앤포시재단]

희귀한데다 몸집도 크다보니 마운틴 고릴라는 르완다가 자랑하는 최고의 관광상품이다. 해마다 상당수 관광객이 ‘고릴라 트래킹’을 즐기기 위해 르완다를 찾는다. 지난해 기준 고릴라트래킹 가격은 우간다가 하루 600달러(약 69만원), 르완다 750달러(약 86만원)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방문 몇 달 전 예약이 필수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르완다 볼캉 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마운틴 고릴라 가족. 고릴라 가족들은 트래킹에 참여한 관광객들을 안아주기도 한다. [다이앤포시재단]

르완다 볼캉 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마운틴 고릴라 가족. 고릴라 가족들은 트래킹에 참여한 관광객들을 안아주기도 한다. [다이앤포시재단]

르완다 정부는 지난 5월 이 트래킹 비용을 인상했다. 750달러였던 트래킹 허가 비용을 1500달러로 100% 인상했다. 르완다 정부는 고릴라 보호기관 운영, 연구 등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외화 벌이를 위해서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르완다 내부에서는 3선 개헌을 통해 장기 독재중인 폴 카가메 대통령의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관광 산업에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도 나온다. 르완다여행협회(RTA)는 “멸종 위기 종의 보전을 위한 노력을 지지하지만, 허가 수수료의 급격한 증가는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지난 9월 1일 르완다 무산제 지역에서 고릴라 탄생 기념 행사에 참여한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9월 1일 르완다 무산제 지역에서 고릴라 탄생 기념 행사에 참여한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연합뉴스]

마운틴 고릴라가 외화벌이에 이용되는 문제는 비단 최근의 문제는 아니다. 고릴라들이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로랜드 고릴라가 전 세계적으로 12만 마리 정도로 '멸종우려' 동물로 분류되는데, 마운틴 고릴라는 800여 마리에 불과해 '멸종 직전'으로 분류된다. 고릴라트래킹을 하면 관광객들은 그룹별로 약 1시간 동안 6.5m 떨어진 거리에서 고릴라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운틴 고릴라를 멸종 직전의 상황까지 몰고 간 것 역시 인간이다. 영화 '킹콩'에서 포악한 야수로 묘사된 마운틴 고릴라는 야생줄기, 엉겅퀴, 쐐기풀 등을 먹고 사는 온순한 동물이다. 딱히 천적이 없는 마운틴 고릴라이지만 1950년대부터 40년간 수백명이 학살된 르완다 내전은 고릴라의 서식지를 파괴했다. 마운틴 고릴라가 인간과 닮았다는 이유로 약물의 임상 실험에 쓰기 위한 밀렵도 성행했다. 애완용·식용으로도 마구잡이로 잡아들였다.

18년 동안 르완다 등에서 마운틴 고릴라를 연구하고 보호하기 위해 싸운 다이앤 포시(1932~1985) [다애인포시재단]

18년 동안 르완다 등에서 마운틴 고릴라를 연구하고 보호하기 위해 싸운 다이앤 포시(1932~1985) [다애인포시재단]

마운틴 고릴라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생물학자인 다이엔 포시(1932~1985)가 펴낸 『안개 속의 고릴라』(1983)는 마운틴 고릴라의 보호 필요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는 18년 동안 르완다 볼캉 국립공원에서 고릴라를 연구하며 밀렵꾼과 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인근 산악지대 오두막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됐다.

포시의 죽음 등을 거치면서 르완다 정부도 1980년대부터 마운틴 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국가 차원에서 고릴라 관광을 관리하면서 허가증을 발급했고 트래킹의 참여 인원도 하루 56명으로 제한했다.

지난 9월 1일 르완다 무산제 지역에서 새끼 고릴라 탄생을 기리며 이름을 지어주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1일 르완다 무산제 지역에서 새끼 고릴라 탄생을 기리며 이름을 지어주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노력 덕분에 1902년 인간에게 처음 발견된 뒤 1950년대 후반 450마리에서 1980년대 초반 250마리 수준으로 급감했던 마운틴 고릴라 개체 수는 점차 늘고 있다. 1980년대 중후반 500마리 선을 회복했으며 2011년 기준 880마리에 이르렀다. 르완다 정부의 고릴라트래킹 가격 인상 역시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에 권위주의 정부의 잇속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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