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신화' 재미동포 김종훈씨 벨연구소 사장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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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미국 정보통신 분야에서 벤처 신화를 창조했던 김종훈(43.사진) 메릴랜드대 교수가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의 벨 연구소 사장이 됐다.

루슨트 테크놀로지스(본사 뉴저지주 머레이힐)는 벨 연구소의 현 사장인 빌 오슈어가 33년 만에 회사를 떠나게 됐으며, 김 교수가 그 후임으로 선임됐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루슨트의 최고경영자(CEO) 패트리샤 루소는 "김 박사가 다시 루슨트로 돌아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벤처 기업가로서 그는 산업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으며, 신기술을 상업화하고 연구개발팀을 이끄는 데서도 입증된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정부 기관에 루슨트의 통신장비와 서비스를 많이 납품할 수 있도록 그가 가지고 있는 대정부 네트워크를 활용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멀티미디어 전송장치인 ATM 통신 시스템을 개발, 정보통신업계의 빌 게이츠로 불렸던 그는 92년 통신장비업체인 유리시스템스를 창업했다.

그는 이 회사를 97년 나스닥시장에 상장시킨 뒤 다음해 10억 달러를 받고 루슨트에 넘겼다. 소유 지분에 따라 그는 5억1000만 달러를 챙겼다. 이 덕분에 그의 재산은 5억6000만 달러로 불어나 그 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의 400대 갑부'에 올랐다. 그는 회사를 매각한 뒤에도 루슨트의 광네트워킹 부문 사장으로 3년간 근무하다 2001년 여름 퇴직했으며, 2002년 초 메릴랜드대 전자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15세 때 미국 워싱턴 근교로 이민 간 그는 야간에 편의점 등에서 일하며 어렵게 공부했다.

존스홉킨스대에서 전자 및 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친 그는 메릴랜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80년대 후반엔 미 국방부 핵무기연구소에 몸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미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에 한국학 석좌교수 기금으로 200만 달러를 기부해 화제가 됐다.

◆ 벨 연구소=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이름을 따 1925년 설립됐다. 미국 통신산업 연구의 메카로 불리며, 노벨상 수상자를 11명 배출했다. 또 트랜지스터.팩시밀리.통신위성 등 지금까지 3만1000개가 넘는 특허를 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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