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레게머리도 인간공학 기술로 '뚝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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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흑인들이 좋아하는 레게머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보통 12~14시간이 걸린다. 머리카락 몇 가닥씩을 이리저리 꼬다보면 미용사의 손목에 엄청난 피로가 쌓이고 심지어 지문까지 사라지기 일쑤다.

서울대 이면우(산업공학과) 교수가 만든 벤처기업 ㈜하이브레이드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레게머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기계장치를 만들어냈다. 막대기 3~4개를 머리카락 뭉치에 연결하고 꼬아주는 장치를 통해 돌려주면 멋진 레게머리를 짧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다.

하이브레이드 강원희 과장은 "지난 9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용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았다"며 "미용사의 피로도를 줄여주고 시간도 절반 이상 아낄 수 있어 세계 각국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계속 중인 세계인간공학총회 전시장은 이처럼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이 키워드다.

인간공학은 보다 인간이 편리하게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작업환경의 최적화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숙면을 유도하는 베개나 등받이가 두개로 나뉜 의자, 위험한 작업의 안정도를 높여주기 위해 공기팩을 집어넣은 장갑 등이 인체공학적 요소를 가미한 제품들이다.

제품뿐 아니라 인간의 행동분석에 쓰이는 기기도 인간공학의 관심사다. 국민대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 벤처인 이노시뮬레이션은 시선 추적장치를 단 자동차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선보였다.

운전석 계기판에 카메라 두대를 달아 운전자의 시선과 깜박거리는 횟수 등으로 피로도를 분석하는 기기다. 이노시뮬레이션은 이 장치로 음주운전.졸음운전에 관한 운전자 행동을 분석해냈다. 또 급발진 시뮬레이션을 통해 운전자 과실보다는 자동차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시선 추적장치는 심리학 등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공장 내 작업대에 이 장치를 달고 작업자의 시선을 분석하면 피로도의 객관적인 측정이 용이하다. 피로가 누적될수록 시선이 흐트러진다는 것. 또 인터넷 포털사이트 가운데 어느 방향으로 시선이 쏠리는지를 분석하면 다양한 광고기법을 구사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전자가 벽걸이와 탁상용 모두 가능하게 개발한 컴퓨터 모니터 '싱크마스터-152X'에 인간공학디자인상 대상이 돌아갔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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