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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북한 위험 6·25 이후 최고조, 장기간 노출되면 대외신인도 하락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의 북한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한편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 전 총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북핵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란 주제의 특별대담에서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을 맡으며 북핵 문제가 이처럼 위험 수준에 달한 적은 없었다"며 "6·25 전쟁 이래 한반도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안보와 경제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북한 문제가 불거지면 기업인들의 심리 위축과 국제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등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있던 이튿날인 4일 코스피는 개장과 함께 40.8 급락했다. 겁먹은 외국인은 하루 동안 384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11원 급락했고, 경제위기의 가늠자로 활용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일 동안 0.1%(10bp) 올랐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2003년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내릴 움직임을 보이는 등 북한 리스크는 늘 한국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성장률과 재정건전성, 외환보유액 등 8개 지표를 토대로 한국의 신용등급을 매겼더니 싱가포르와 독일에 이에 주요국 중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북한리스크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할 경우 신용등급이 11위로 떨어진다. 주변 정세 등 신용평가사들의 주관적 평가가 신용평가에 영향을 주는 셈이다.

반 전 총장은 2003년 당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이던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과 뉴욕·홍콩의 신용평가사와 금융회사들을 만나 한국의 신용등급을 내리지 말 것을 설득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정부는 미국·일본 등 주변 우방들과 잘 협력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동요하지 말고 경제에 몰입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은 "기업인들로서는 요즘 북핵 문제 등으로 앞날을 예측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북핵 사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글로벌 투자자들가 한국시장을 외면할 경우 경제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대담에 참석한 존 체임버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전 국가신용등급 평가위원회 의장도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돼 더욱 리스크가 높은 상황이 연출될 것"며 "북한이 자신들의 경고대로 B1-B 폭격기를 격추할 경우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체임버스 전 의장은 "한국은 경제성장률과 재정건전성이 높은 등 경제적 펀더멘탈에 여유가 있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설치하는 것이 북한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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