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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베스트 오브 미'는 글로벌 팬들에게 더 사랑받을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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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와 퓨즈에서 활동하는 K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

빌보드와 퓨즈에서 활동하는 K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

원더걸스부터 방탄소년단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한국 가수 이름이 오르내리면 덩달아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음악 전문매체 빌보드에서 K팝을 담당하는 기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중에서도 제프 벤자민(Jeff Benjamin)은 국내의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이름이다. K팝 시장 태동기에 빌보드 인턴으로 시작해 칼럼니스트와 퓨즈의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를 오가며 글을 쓰는 그는, 빌보드에서 공식 발표하는 차트보다 빠르게 결과를 전하기 때문이다. 이번 방탄소년단의 차트 진입 소식 역시 이같은 경로로 진행됐다.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 인터뷰 #"K팝 팬덤 똑똑해 활동 요령 알고 있어 #다른 장르에도 고무적 연구할 필요 있어"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난 벤자민은 “이번 앨범을 통해 새롭게 제시하는 다층적인 주제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며 “특히 성 중립적(Gender neutral)인 가사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고민보다 GO’나 ‘파이드파이퍼’ 같은 곡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에 하나 ‘DNA’가 미국 팬들에게 소구하지 못한다고 해도 ‘베스트 오브 미’는 글로벌 팬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을 거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만난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인증샷을 남긴 제프 벤자민. [사진 제프 벤자민 인스타그램]

미국에서 만난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인증샷을 남긴 제프 벤자민. [사진 제프 벤자민 인스타그램]

- 방탄의 인기를 실감하나.
“물론이다. 더구나 방탄의 팬들은 매우 똑똑하다. 그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비록 라디오 방송 횟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한국어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만으로도 승리라고 생각한다.”

- ‘톱 소셜 아티스트’ 수상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방탄의 수상은 K팝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 장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더 많은 종류의 음악이 미국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국 아티스트들이 먼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작업하길 원한다. 만약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팀이라면 이들의 사례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 일각에서는 과도한 SNS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있다.
“소셜 차트의 경우 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편법으로 조작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함께 후보에 올랐던 저스틴 비버나 셀레나 고메즈처럼 그들의 높은 인기가 반영된 결과다. K팝 팬들은 2011년 빅뱅이 MTV EMA(Europe Music Award)에서 받은 ‘월드 와이드 액트’나 2013년 소녀시대가 유튜브 뮤직 어워드에서 받은 ‘올해의 뮤직비디오상’처럼 이들을 서양 가수들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음악을 알게 됐으니 서로에게 성장의 발판이 되어준 셈이다.”

제프 벤자민이 미국 현지에서 열린 KCON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프 벤자민 페이스북]

제프 벤자민이 미국 현지에서 열린 KCON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프 벤자민 페이스북]

그렇다면 그가 K팝과 사랑에 빠진 순간은 언제일까. 가수로 활동했던 어머니 덕에 팝음악부터 오페라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던 그는 애프터스쿨의 ‘너 때문에’(2009)를 꼽았다. “첫사랑은 아니지만 팝과 힙합 댄스, 발라드, 알앤비가 한 곡에 들어갈 수 있다는게 너무 충격적이어서 계속해서 들었다”고 고백했다. 당시 뉴욕대에서 음악 비즈니스를 전공하던 그는 통계나 회계 같은 경영학 수업보다 신문과 블로그를 더 탐독하면서 음악 저널리즘으로 전공을 변경했다. 마침 SM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SM타운 콘서트가 미국에서 열리고 원더걸스가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 진입하는 등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빌보드에도 K팝 차트가 신설되고, ‘K-타운’ 카테고리가 생겨났다.

“요즘 새롭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건 세븐틴이예요. 월드투어도 성공적으로 마쳤고, ‘소셜 50’ 등 차트에도 꾸준히 진입하고 있거든요. 유튜브 시대에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라도 이전 세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어요. 간혹 제 기사를 보고 서태지나 핑클을 어떻게 아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남긴 문화나 역사가 이제 막 데뷔한 위키미키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K팝은 ‘선배’를 중시하잖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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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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