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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8일만에 단원고 '등교'한 조은화·허다윤양, 교실 눈물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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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였던 조은화양, 허다윤양 영정(사진 왼쪽부터)이 참사 1258일만에 모교인 안산 단원고를 찾았다. 김민욱 기자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였던 조은화양, 허다윤양 영정(사진 왼쪽부터)이 참사 1258일만에 모교인 안산 단원고를 찾았다. 김민욱 기자

“다윤아, 너 좋아하는 학교에 왔어….”

생전 생활한 교실 머문 영정, 곳곳서 울음바다 #허다윤양 모친, "엄마 아빠는 여러분을 사랑해" #단원고 후배, "별이 된 선배 잊지 않겠다" 다짐 #네번째 생일 냉동안치소 벗어나 친구들과 보내

25일 오전 11시30분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였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조은화양·허다윤(모두 당시 17세)양의 ‘이별식’이 고인들의 모교에서 엄수됐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꼭 1258일 만의 ‘등교’다.

이날 오전 서울시청 이별식장(8층 다목적홀)을 출발한 두 학생의 유해는 예정보다 30분가량 일찍 도착했다. 검은색 대형 링컨 장의차량이 교문을 통과할 때 재학생과 교직원 등 200여명은 진입로 양쪽에 일렬로 서서 묵념했다.

노제(路祭)는 별도로 진행하지 않았다. 유족 측은 아직 유해가 발견되지 않은 미수습자 가족을 생각해 장례를 치르지 않는 대신 은화·다윤양을 기억해준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서울에서 이별식을 가졌었다. 이런 취지에 맞게 노제 대신 단원고 이별식이 열렸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조은화, 허다윤양의 유해를 태운 운구차량이 단원고로 들어오고 있다. 김민욱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조은화, 허다윤양의 유해를 태운 운구차량이 단원고로 들어오고 있다. 김민욱 기자

조은화·허다윤양의 영정은 고인이 생전 생활한 2학년 1~2반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유가족은 오열했다. 영정사진 속 밝게 웃고 있는 조양의 안타까운 죽음을 믿지 못하는 듯 지켜보던 친인척, 시민들도 곳곳에서 흐느꼈다.

교실을 나온 영정은 건물 밖에서 후배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유족이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조양의 어머니 이금희(49)씨는 “너무 오랜만에 돌아왔다. (은화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못 해줬다”라며 “(여러분들은 부모님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잘하는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엄마 아빠가 정말 사랑한다는 것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깊은 슬픔에 울먹여 이씨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눈물로 답했다.

허양의 어머니 박은미(47)씨도 마이크 앞으로 힘겨운 걸음을 옮겼다. 박씨는 “다윤이가 좋아하는 학교에 얼마만에 온지 모르겠다”며 “여러분들을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목숨보다 더 여러분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가 단원고 재학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김민욱 기자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가 단원고 재학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김민욱 기자

이어 단원고 재학생들이 선배인 조양과 허양에게 하고 싶은 말도 낭독됐다.“더 이상 추운 바닷속이 아닌 곳에서 못다핀 꽃 피웠으면 좋겠다” “다시는 이런 일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별이 된 선배들 잊지 않겠다” 등 간절한 메시지를 전했다.

조양과 허양의 유해는 모교를 뒤로하고 화장지인 수원시립연화장으로 떠났다. 화장 뒤 다른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묻힌 평택 서호공원에 안치된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오랜 기다림 끝에 가족의 품에 안기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마지막 교실을 찾는 영령들이 슬픔을 거두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영원히 평안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양의 유해는 지난 5월13일 세월호 선체4층 선미 좌현에서, 허양은 3일 뒤 3층 객실 중앙부 우현 측에서 각각 발견됐다. 조양과 허양의 생일은 각각 다음달 10일과 1일이다. 참사 후 맞는 네 번째 생일을 차가운 목포신항의 냉동안치소 대신 화성 효원납골공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됐다.

세월호 미수습자 9명 중 아직도 5명의 유해가 발견되지 않았다.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일반 승객 권재근·혁규 부자 등이다. 현재도 목포신항에서 선체 수색이 진행 중이다.

안산=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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