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외에 공표하지 않고 지난달부터 대북 독자제재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일본 언론에서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북·중 무역 관계자를 인용해 “8월 하순부터 중국 당국이 북한산 의류의 통관수속을 멈추고 북한에서 들어온 화물을 내리지 못하게 했다”며 “북한이 미국령 괌 주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국제사회가 경계를 강화하던 시기와 겹친다”고 14일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북한에 독자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 의류품 가공을 위탁하는 한 중국 업체 관계자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통관할 수 없어 북한 측도 선적을 멈추고 있다”며 “다른 업자도 상황은 같아서 양국 간 의류품 무역은 사실상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이 업자에 따르면 중국 세관은 통관을 멈춘 사정을 물어도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닛케이 "통관수속 멈추고 북측도 선전 안해" #"北, 괌 향해 미사일 발사 주장하던 시기 겹쳐" #"中, 자국기업 희생해서라도…대북 조바심 읽혀" #6차 핵실험 배경에 중국에 대한 배신감도…
유엔 안전보장이시회가 대북 의류품 금수조치를 포함한 새 대북 제재안(2375호)을 결의한 것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 같은 결의가 나오기도 전에 중국 당국이 실제 북한산 의류제품 금수 조치를 시작했다면 최근 북한의 행동 등을 놓고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다. 특히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 배경에 중국의 대북 압박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에서 의류 수출은 전체 수출의 26%(연간 7억6000만 달러 추정)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이미 안보리가 금수조치를 내린 석탄에 이은 제2의 수출 품목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북한산 의류의 최대 수입국이다. 중국의 대북 사업자들은 인건비가 싼 북한 나선경제특구 등지에서 위탁 생산한 의류를 수입해 세계 각지로 내다팔았다. 그 중에는 “유럽 유명 브랜드 제품도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신문은 “의류품 금수조치는 북한에게도 타격이지만, 중국 기업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며 “중국이 자국 기업의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의류품 금수에 나섰다면 북한에 대한 조바심이 그만큼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괌 포위사격 계획을 내놨다. 조선중앙통신은 김낙겸 전략군사령관을 인용해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4발을 괌에 쏠 수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당시 휴가 중이던 도널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로 대북 압박을 논의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북한이 주도적으로 미국의 영토를 위협하는 미사일을 발사해 보복을 초래한다면 중국은 중립을 지킬 것을 명확히 한다"고 이례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피를 나눈 동맹국 북한 입장에선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여러 대북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이 국제사회에 앞서 선제적으로 의류품 금수조치를 취하는 등 대북 압박 수위가 상당히 올라가고 있다”면서 “북한의 6차 핵실험은 미국만 아니라 중국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한 견제 의미도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