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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치면 노트북급 화면 … 삼성 ‘접는 갤노트’ 내년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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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갤럭시 노트8 미디어데이 행사가 12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렸다.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 노트8의 S펜 기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갤럭시 노트8 미디어데이 행사가 12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렸다.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 노트8의 S펜 기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을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스마트폰’이 내년을 목표로 로드맵에 들어가 있다.”

고동진 사장, 사업 전략 공개 #플렉서블 제품 비해 한 수 위 기술 #아이폰 신제품 발표 전날 선제 공격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이같이 말하면서 사업 전략 일부를 공개했다. 12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스마트폰 신작 ‘갤럭시노트8’ 출시 기념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다. 이 자리에서 고 사장은 “폴더블폰은 여러 관련 부품 개발 등 파급 효과가 분명한 만큼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넘어야 할 허들(장애물)을 확실히 넘을 때 제품을 내놓으려고 철저히 파헤치고 있다”고 밝혔다.

고 사장의 이런 발언은 지난해 8월 미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갤럭시노트7’을 소개할 때 했던 발언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당시 고 사장은 “폴더블폰은 꼭 우리가 하고 싶은 분야”라면서도 “현 기술 수준으로는 소비자들이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아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고 사장이 직접 언급한 목표 시점대로 폴더블폰이 내년에 첫선을 보인다면 갤노트 시리즈 차기작인 ‘갤럭시노트 9’이 될 확률이 높다.

폴더블폰은 액정을 완전히 접었다가 펼 수 있어, 휘어지는 일반 플렉서블(flexible) 제품에 비해서도 한 수 위의 기술로 평가된다. 접으면 휴대성이 극대화되고 펴면 태블릿PC나 노트북 수준의 대(大)화면으로, 기존 스마트폰 이상의 컴퓨팅 기능을 쓸 수 있다. 관련 업계는 폴더블폰을 ‘차세대 혁신 무기’로 꼽아왔다.

최근 스마트폰에서 폴더블폰 제조에 유리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채택이 확대되면서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능동형 OLED인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를 2009년부터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과 개발 노하우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고 사장이 강조한 ‘허들’, 예컨대 반복해서 접고 펴면서 생기는 제품 마모 등 내구성 문제나, 회로 기판의 배열·형태 변환 같은 기술적 애로점 등은 극복할 과제다.

업계는 고 사장이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3종 공개를 하루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한 데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한국 시간으로 13일 오전 2시 미국에서 ‘아이폰8’ ‘아이폰8플러스’ 외에도 ‘아이폰X’라는 아이폰 탄생 10주년 기념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폰X는 아이폰 최초로 OLED 패널을 탑재하고 화면 테두리가 거의 없는 ‘베젤리스’ 디자인을 채택하는 등 파격적인 신작이 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그간 애플은 아이폰 시리즈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써왔다. 애플이 이번에 ‘대세’를 인정하고 아이폰X에 OLED 패널을 적용하자,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면서 기술 격차를 벌리겠다고 선언한 분위기다.

애플은 10년 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만들고도, 적어도 물량 면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7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1%로, 1위 삼성전자(20.4%)는 물론 중국의 화웨이(12%)에도 뒤진 3위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 체인저’로 기대하고 내세우는 신작이 아이폰X다. 소장 욕구를 일으키는 신제품으로 10주년 역사라는 감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두터운 매니어층에 또 한 번의 지지를 호소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점을 부각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수백 명의 취재진 앞에서 갤럭시노트 8의 대화면이 주는 이점과 ‘크리에이티브 S펜’의 다양한 기능을 소개하면서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 자체를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무대에도 고 사장 외에 영화 속 촬영지를 찾아다니는 로케이션 매니저, 고품질 사진 작업을 하는 포토그래퍼 등 일반인이 올라와 갤럭시노트 8으로 얼마나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는지를 전했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 8의 초기 시장 반응에 대한 자신감도 나타냈다. 그는 “해외 40여 개국에서 선주문이 시작돼 시리즈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며 “국내에선 지난 7일 이후 닷새간 사전예약으로 생각보다 높은 숫자인 65만대가 팔렸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 7이 국내 사전예약 때 13일간 40만 대 팔린 것을 감안하면, 노트8은 8일간 그 갑절인 80만 대 정도 팔릴 것으로 고 사장은 전망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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