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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수능 개편 1년 유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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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일보 <2017년 9월 1일 30면>
수능 개편 1년 유예, 새 교육의 틀 짜는 전환점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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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어제 수능 절대평가 개편 시기를 1년 유예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현재 중3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적용하려던 계획을 2022학년도(중2)로 늦춰 일단 교육 현장의 혼란은 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내년 8월까지 수능을 포함한 종합적인 교육개혁 방안을 다시 마련하겠다”며 “앞으로는 ‘불통의 교육부’가 아닌 ‘소통의 교육부’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를 둘러싼 국민적 갈등과 혼란은 극심했다. 교육부가 불과 3주 전에 1안(일부 절대평가)과 2안(전 과목 절대평가)을 내놓고선 양자택일을 밀어붙였던 게 결정적이었다. 양쪽 모두 ‘풍선효과’와 ‘변별력 상실’이란 치명적인 단점을 드러냈지만 김 장관은 고집을 부렸다. 그러다 국민적 저항에 부닥쳐 항복 선언을 한 것이다.

수능 개편 유보는 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울 백년대계의 새 틀을 짜라는 국민의 엄중한 요구이기도 하다. 당장 내년 고1에 적용되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과 수능과의 엇박자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교재가 바뀐 과목의 시험 범위와 수능에서 제외된 통합사회·과학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 현장의 우려를 씻어 내야 한다.

그런 다음 수능과 맞물린 특목고·자사고·일반고 등 고교체계, 고교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학생부종합전형을 망라한 개혁안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수능만 바꿔서는 결코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갈 인재를 키울 수 없어서다. 그런 점에서 조만간 출범하는 수능 등 교육정책 조율기구인 ‘국가교육회의’의 역할이 중요하다. 균형감 있는 전문가를 참여시켜 철저한 자문과 검증을 맡겨야 한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이번 사태의 교훈도 되새겨야 한다. 모든 국민이 교육부를 지켜보고 있다.

한겨레 <2017년 9월 1일 23면>
수능 개편 1년 유예, 교육개혁 공감대 확보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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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교육부가 논란이 뜨거웠던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31일 결국 1년 유예하기로 했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듣되 수능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치르게 된다. 누더기식 입시제도 개선은 더 이상 안 된다는 여론에 뒤늦게나마 교육부가 귀 기울인 것으로, 다행이라 평가한다.

지난 정권에서이긴 하나 교육부가 올해 8월 수능 개편 확정을 수차례 약속해왔고 대입제도 3년 예고제가 있는 상황에서 유예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일 발표한 두 가지 시안은 그대로 선택하기엔 결함이 너무 많았다. 하나는 풍선효과나 더 극심한 일부 과목 과잉경쟁을 불러일으킬 게 명약관화했고, 다른 하나는 공정성 논란이 큰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확대될 거라는 불안감을 잠재울 대책 등이 전혀 없었다.

교육부는 수능을 포함한 입시제도, 고교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 고교체제 개편 등 교육개혁 방안을 내년 8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입정책포럼(가칭)을 만들고 국가교육회의에서도 논의하겠다고 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이날 대입 전형 단순화와 학종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학종의 경우 도입 취지와 달리 비교과 활동에서도 ‘몰아주기’ ‘줄세우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큰 상황이다. 자녀들의 비교과 활동을 도와줄 수 없는 처지의 부모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말할 것도 없다. 섣부른 수능 정시 축소보다 학생부에 대한 신뢰 쌓기가 먼저다.

이를 위해선 학생부 기재 양식 변화뿐 아니라 교원들의 자질 향상과 자기 개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등 고교체제 개편과 내신 성취평가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누구나 과잉경쟁, 사교육 과열을 이성적으론 비판하지만 ‘내 자녀’가 우선인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대학 서열 체제나 학벌사회 완화 없는 교육개혁은 환상이요, 탁상공론일 뿐이다.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같은 정책이 제대로 정착하고 대학과 기업이 바뀔 때 학교 현장도 달라질 수 있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수십 년간 교육 적폐가 쌓여 가는데도 우리 사회는 교육의 역할이 무엇인지 전면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다. 앞으로 1년을 그 계기로 삼자. 교육부는 한꺼번에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귀 기울이고 때로는 정면으로 설득해가며 차근차근 공감대를 확보하겠다는 자세로 나서길 바란다.

논리 vs 논리
균형감 있는 전문가가 교육 틀 짜야 vs 교사·학부모·대학도 태도 변화 필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 1년 유예를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 1년 유예를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8월은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을 두고 한 달 내내 뜨거웠다. 지난 8월 10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개편안 시안을 공개하면서 31일에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교육부가 제시한 개편 시안은 두 가지였다. 1안은 ‘일부 절대평가’로 7과목 중 4과목(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치르는 방식이고, 2안은 7과목 모두 절대평가로 치르는 ‘전 과목 절대평가’다. 교육부는 양자택일의 의지를 밝혔지만,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두 가지 시안 모두 문제가 크다는 비판이 높았다. 결국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지난달 31일 ‘2021학년도 수능개편’ 브리핑을 열어 수능 개편을 1년간 유예하고 2022학년도 수능과 고교체제 개편 등 폭넓은 교육개혁 방안을 내년 8월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절대평가 적용 범위 수준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교육개혁안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교육부는 이번 수능 개편이 수능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부 개선,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기준의 투명성, 고교 학점제 및 내신 성취평가제 등 교육과정 정상화 방안과 연계돼 있음을 적극 수용하고 개혁안 마련을 약속했다. 안정적 논의를 위해 ‘대입정책포럼’을 만들고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의 역할 강화도 약속했다.

한겨레는 교육부가 올해 8월 확정을 약속해왔기에 부담이 컸을 텐데도 여론 수렴의 자세로 수능 절대평가 개편 시기를 1년 유예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김상곤 교육부총리의 발표 내용 가운데 그동안 원성이 높았던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하나씩 짚어 확인했다. 대표적인 것이 ‘대입 전형 단순화’와 ‘학종 투명성 강화’다. 학종이 확대됨에 따라 대학은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학교는 비교과 영역에서 상위권 학생 ‘몰아주기’와 ‘줄세우기’라는 비판 앞에 당당하지 못했다. 이에 더해 대입 전형이 복잡해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졌고 상대적 박탈감도 커졌다. 공교육이 대다수 학생의 상실감과 학부모의 부담감, 교사들의 무력감을 높여온 터에 수능개편안이 제시돼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가 근본 개혁을 약속한 만큼 한겨레는 다른 교육 주체의 태도 변화도 당부하는 듯하다. 교원들에게는 자질 향상과 자기 개혁을, 학부모에게는 내 자녀 우선과 사교육 과열 성찰을, 대학과 교육부에는 대학 서열 체제 완화를, 기업과 사회에는 학벌 사회 탈출이 그것이다.

한편 중앙은 교육부의 개편안 유예 발표를 보며 ‘국민적 저항에 부닥쳐 항복 선언’을 한 것이라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교육부가 초반에 두 가지 시안 중 양자택일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국민 의견 수렴 기간도 3주에 불과했던 점은 앞으로 지양해야 할 자세다. 중앙은 이번 개편안의 직접 당사자인 중3 학생들의 혼란과 우려에 특히 주목했다. 내년 고1부터 적용되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수능과 엇박자를 내게 된 셈이라 학생들에게는 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또한 교육정책 조율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균형감 있는 전문가’를 제시한 것, ‘국민의 공감’을 강조한 것도 한쪽의 의견에만 치우칠 것에 대한 경계를 담고 있다.

사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 수능은 교육평가 가운데 입시제도의 한 요소이므로 개정안이 발표될 때 수능개편안도 함께 발표되곤 했다. 그러나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라 불리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발표될 때(2015)는 수능 출제 방침을 밝히지 않고 2017년에 확정하겠다는 계획만 밝혔다. 2017년인 까닭은 교육부가 대입전형 변화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수험생 기준으로 최소 3년 이전에 발표하도록 한 해이기 때문이다.

올해 중3이 그 당사자이다. 개정안 발표 이후 중학생들이 2년간 손 놓고 있어야 했기에 사교육 불안 마케팅이 활발해졌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또한 학교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평가는 수능인데도 학교 내 평가 방식만 언급한 채 수능을 별개로 분리한 것이 문제였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지난 8월 교사·학부모·대학 등은 네 차례 공청회가 진행되는 동안 저마다 입장을 제시하며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미래 인재를 제대로 기르기 위한 교육과 수업이 정상화되고 적절한 평가 방식으로 이어지려면 교육 주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많은 지혜가 공론의 장으로 모일수록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안도 더 탄탄해질 것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