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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후보자 최대 비위는 ‘노랑풍선’?…사상 검증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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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58)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2~13일 이틀에 걸쳐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벌인다.

심각한 흠결 나오지 않아 야권 고심 #100만원 여행상품권 신고 누락 의혹 #20년 전 다운계약서 의혹이 거의 전부 #야권, 정치 편향 논란 검증 집중 예고

이번 청문회는 김 후보자의 정치 성향을 두고 야당의 공세가 집중될 전망이다. 도덕성을 문제 삼을 만한 뚜렷한 하자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아서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은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과 법관 윤리강령 위반 의혹 정도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청문위원들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1998년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아파트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실거래가격보다 낮게 신고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김 후보자는 89㎡(27평형) 아파트를 1억1200만원에 팔고 30평 아파트를 1억7000만원에 사면서 구청에 각각 7000만원과 9000만원으로 신고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8월 28일 서초동 청문회 준비를 위한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8월 28일 서초동 청문회 준비를 위한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김 후보자가 한 여행사로부터 사은품으로 100만원 짜리 여행상품권을 받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아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 후보자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15년 여름 ‘노랑풍선’이라는 여행업체에서 100만 원짜리 여행상품권을 받았다. 10여 년 동안 이용해온 우수고객에 대한 사은품이었다는 게 김 후보자 측의 해명이다. 그는 세금 28만2000원을 납부했고, 그해 겨울 이 상품권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종합소득세 신고 기준인 300만원 이상에 해당하지 않아 별도로 소득세 신고는 하지 않았다. 2015년 말을 기준으로 한 지난해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도 이 상품권을 받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주 의원실 관계자는 “상품권을 수령해서 사용하고 이를 윤리관실 등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법관행동강령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관 윤리강령에는 업체로부터 상품권을 포함해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이 외에는 김 후보자의 도덕성을 의심할 만한 문제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인사청문회의 단골 소재인 투기, 탈세, 위장전입, 병역문제, 논문표절에서 김 후보자는 한 가지도 해당되는 게 없다. 야당 청문위원들 사이에 “김 후보자의 최대 비위는 노랑풍선”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관련된 특별한 흠결사항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보 정치 성향·문재인 정부 '코드화' 공세 집중

이 때문에 이번 대법원장 청문회가 김 후보자의 정치 성향과 문재인 정부와 사법부의 ‘코드화’ 논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정치적 편향 비판을 받는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회장을 지냈다.

김 후보자의 부인이 특정 정치인에게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이 드러난 것도 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부인 이혜주 여사는 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 출마한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에게 100만원을 후원했다.

김명수 후보자의 배우자가 지난해 4월 100만원의 후원금을 낸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오른쪽). [중앙포토]

김명수 후보자의 배우자가 지난해 4월 100만원의 후원금을 낸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오른쪽). [중앙포토]

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정치후원금 기부 내역은 없다"고 답했다가 곽 의원의 확인 질문에는 정치 후원금을 낸 적이 있다고 번복했다. 김 후보자는 "제 배우자와 김성식 의원은 대학 1학년 때부터 대학 연합 서클 활동을 함께 한 사이로, 저와는 고교 동창이기도 하다"며 "결혼 후에도 김 의원을 함께 만나곤 했는데 선거에 출마한 것을 알고 개인적인 친분으로 후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문회 이튿날(13일)에는 오현석 인천지법 판사가 증인으로 나온다. 현직 판사를 청문회 증인으로 부르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오 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가 최근 탈퇴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재조사 요구를 거부하자 열흘 넘게 금식 투쟁을 벌였다. 김 후보자는 후보 지명 이튿날인 지난달 22일 양 대법원장을 만나 “오 판사의 금식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한 적 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정치 공방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청문위원들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자료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는 특정한 이념이 있는 단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인권법연구회를 해산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법원장이 법관들의 전문분야 연구회를 임의로 해산하는 것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며 반대했다.

청문회에선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사건에 대한 김 후보자의 의견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오를 경우 임기 내 처리가 예상되는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국정농단 사건과 국정원 댓글 사건, 양심적 병역 거부, 전교조 합법화, 통상임금 문제 등이다. 정치‧사회적으로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슈들이다.

김 후보자는 서면 답변서에서 대체로 진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2015년 11월 자신이 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효력 정지 결정을 가장 기억에 남는 3가지 재판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전제로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이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며 “대체복무의 부담 정도를 적절히 설정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시행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주요 이슈 답변

◇ 대법원장 권한
"대법원장은 헌법과 법률에서 부여받은 권한을 혼자의 결단으로 행사해선 안 될 뿐만 아니라, 혼자 행사하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 대법원장이 된다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등을 그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구성단계에서부터 대법원장의 의사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위원회를 보다 실질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충실한 심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

◇ 법관 블랙리스트
"대법원장이 된다면, 법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현안에 대한 법원 내외부의 많은 우려와 걱정까지도 모두 고려하여, 추가조사 여부와 이를 하게 된다면 그 방법 등에 대하여 신중히 결정할 것"

◇ 국제인권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는 국제법적 인권기준에 맞는 인권개념을 연구하여 지식과 실무능력을 함양하려는 판사들의 모임. 대법원 산하의 공식적인 전문분야연구회일 뿐, 특정한 이념이 있는 단체 아냐. 법관들로 구성된 대법원 산하의 공식적인 전문분야연구회를 대법원장이 임의로 해산하는 것은, 법관이 학술연구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활동을 하는 것을 적극 장려해야 할 대법원장의 임무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생각해. 대법원장에 임명된다면, 법관이 학술연구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활동을 하는 것을 적극 장려하고 지원할 것"

◇ 오현석 판사글
"현재 법원에는 3000명에 가까운 판사들이 있고, 재판을 바라보는 관점이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어. 한 명의 판사가 법원내부 온라인망의 법관 전용 게시판에 올린 글에 대하여 마치 그 글이 전체 판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오해하거나, 해당판사가 이전에 참여했던 모임에 소속되어 있는 판사들이 그 입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지나쳐"

◇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 정지 판결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교원노조법 제2조가 위헌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졌지만, 관련 법령의 법적 성격, 행정규제기본법 위반 여부, 위 처분의 법적 성격 등 쟁점이 많이 남아 있어 본안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고 할 수는 없었고, 위 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으면 노동조합 활동이 상당히 제한받게 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 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 내려. 지난 31년간 재판하면서 이념적 편견이나 편협된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올바른 결론을 내려고 노력해 와"

◇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독립된 재판과 사법행정을 하기 위해서 법원의 중추인 각급 법원의 법관들이 선출한 대표로 구성되는 회의체로서,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관이나 그렇지 않은 법관들 모두 좋은 법원, 좋은 재판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여 그 회의 결과를 사법행정에 반영하기 위한 기구라 생각해"

◇ 개헌특위 사법평의회
"법관인사 등 사법행정권을 법원 스스로가 행사하도록 한 것이 바로 현재의 사법행정제도.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에서 제안한 사법평의회는 위원 16명 중 6명만 판사회의를 통해 선출하고, 나머지 위원 중 8명은 국회에서 선출하고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여 정치권이 그 구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사법평의회에 사법행정권한을 통째로 주면, 사법평의회는 정파적 이익에 따라 사법행정권한을 행사하게 될 것이고, 법관의 독립은 침해되며, 재판이 정치화될 것. 이는 결국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질 것"

◇ 참여정부 추진 사법개혁 평가
문민정부(김영삼 대통령)와 국민의 정부(김대중 대통령) 시기에도 사법개혁을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당시의 사법개혁은 모두 개혁방안만 제시하였을 뿐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추진 기구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관련 정부부처에 맡김으로써 개혁방안을 입법하고 제도화하는 데 실패. 이와 달리 참여정부에서의 사법개혁은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사법개혁의 공동 추진 합의에 따라, 대법원 산하에 사법개혁위원회를 구성하여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그 개혁방안의 추진 기구로 대통령 산하에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설치.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사법개혁이 비록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우리 사법제도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사법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민참여확대와 국민권익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 위안부 관련 한일협정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하여는 협상 과정에서 피해자가 배제되고, 역사적인 문제에 관한 실질적인 사과나 재발방지 대책이 미비한 상태에서 ‘최종적, 불가역적’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한 지적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당초의 합의 과정에서 그러한 문제제기에 관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어떤 식으로 반영하고 요구할 것인지 조금 더 깊이 고민하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 있어."

◇ 유신헌법
"유신헌법 제53조는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긴급조치권 등 초헌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사법심사 배제조항을 포함하는 등으로, 헌법이념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후퇴시켰으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였다고 생각"

◇ 5·16에 대한 평가
"5·16은 민주적 헌정질서가 헌법절차에 반한 군사력의 동원으로 무너지고 정권이 교체되었다는 점에서 정당하다고 할 수 없어. 이로 인해 헌정질서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생각"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신군부의 비상계엄 전국 확대 등에 항의하기 위해 일어난 것으로서,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하고 숭고한 민주적 항쟁"

◇ 양심적 병역거부자
"개인적으로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 도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 특히 대체복무를 전제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미국, 독일, 대만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인정한 권리로서 이들 나라에서도 별다른 부작용 없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대체복무의 부담 정도를 적절히 설정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시행 가능하다고 생각"

◇ 군 동성애 처벌
"개인적으로 동성애 및 성소수자의 인권도 우리 사회가 다 같이 중요한 가치로 보호하여야 한다고 생각"

◇ 낙태
"국민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된다면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 차원에서 임신 초기에 한하여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

◇ 사형제
"개인적으로는 법관의 오판 가능성이 완벽하게 배제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사형제를 없애는 대신 이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

◇ 건국일
"영토, 국민, 주권이라는 국가의 3요소를 ‘법적으로’ 확보한 때는 제헌헌법이 제정된 1948년이라고 볼 수 있어. 그러나 이러한 의미가 건국절이 언제인가와는 전혀 다른 문제이고,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이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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