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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시골 선생님, 도시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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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양영유
양영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논설위원

양영유 논설위원

강원도 평창군 주진초등학교의 유재민 교사는 서울 출신이다. 32세인데 교단에 선 지 5년째다. 춘천교육대를 나와 처음 발령받은 곳은 주변이 논·밭·산으로 둘러싸인 시골 학교. 초저녁부터 깜깜절벽인 마을은 낯설고 무서웠다. 서울로 탈출하고 싶었다. 이젠 아이들과 정이 쌓이다 보니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유 교사는 “전교생 32명 중 30%가 다문화가정과 저소득층”이라며 “아이들에게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걸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인천시 강화군 서북단의 섬 서도. 주민 374명이 사는 섬에는 통합학교인 서도초·중·고가 있다. 학생은 유치원생 7명, 초등생 6명, 중학생 3명, 고교생 5명 등 21명. 김창용(54) 교감은 “‘섬마을 선생님’의 눈물은 없다”고 말했다. 교직 경력 31년째인 그는 11년을 섬에서 지냈다. 연평도와 영종도에서 7년, 그리고 서도에서 4년. 김 교감은 “해맑은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 쉽게 섬을 떠나지 못한다”며 “어디서 가르치든 교사의 소명은 한결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음지에서 교육의 꽃을 피우고 있는 두 선생님과의 대화는 신선했다. 문득 “한국에서는 교사가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로 불린다”고 칭찬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떠올랐다. 하지만 ‘임용 절벽’에 반발해 전국 교육대생들이 릴레이 동맹휴업에 들어간 요즘, 불편한 진실 하나가 마음을 아리게 한다. 바로 ‘임용 양극화’다. 서울에선 임용 대기자가 1000명이 넘는데 강원·충남·충북·전남·경북 등의 시골 학교는 3년째 교사 구하기 전쟁이 벌어진다. 시골 교사가 되기 싫어 그 지역 임용고시를 치지 않는 데다 도시로 탈출하는 현직 교사들이 12%나 되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이번 주에 올해 임용고시 최종 선발 인원을 확정 발표한다. 교대생들은 동맹휴업으로 압박하며 증원을 요구하지만 시선은 싸늘하다. 특히 취업준비생들은 “너희들만 따뜻한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거냐”며 시큰둥하다. 정부의 잘못된 교원 수급 정책이 ‘청·청’ 갈등을 부른 것이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최고의 교수법』에서 “진정한 가르침은 아이들을 가슴으로 만나고 소통하며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교대생들은 스스로 물어보기 바란다. 가슴속에 소외된 지역 아이들을 가르칠 열정과 사랑이 숨 쉬고 있는지를.

양영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