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NFL '바늘구멍'을 통과한 한국인 '키커' 구영회

중앙일보

입력

[차저스 홈페이지 캡쳐]

[차저스 홈페이지 캡쳐]

미국프로풋볼(NFL)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다. NFL 입단을 목표로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학생 선수만 25만 명(올해 기준)이 넘는다. 이중 NFL 32개 구단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1000분의 1인 250여명에 불과하다.

한 재미동포 선수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기'에 비유되는 NFL 입성에 성공해 화제다. 이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은 NFL LA 차저스의 키커 구영회(23)다.

차저스 구단은 12일 열리는 2017~18시즌 NFL 정규리그 홈 개막전(덴버 브롱코스전)에 출전할 53인 로스터를 지난 3일 확정했는데, 구영회가 여기에 포함됐다. 조지아 서던 대학교를 졸업한 구영회는 올해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일종의 육성선수인 비지명 자유계약선수(Undrafted Free Agent·UDFA)로 지난 5월 차저스 구단에 입단했다.

[차저스 홈페이지 캡쳐]

[차저스 홈페이지 캡쳐]

구영회는 프리 시즌 동안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 주전 키커 조시 램보를 밀어냈다. 지난 2년간 킥이 불안정하고 성격에도 문제가 있던 램보는 방출됐다. 구영회는 개막전 로스터에 팀 내 유일한 플레이스 키커로 남았다. 톰 텔레스코 차저스 단장은 "구영회는 공을 정확한 방향으로 차는데 엄청나게 뛰어난 소질이 있다. 겸손한 태도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구영회는 부모님을 따라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에 이민을 갔다. 구영회는 NFL.COM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오기 전까지 이 세상에 풋볼이라는 운동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뉴저지에 있는 중학교에서 풋볼과 축구를 병행했다. 풋볼은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다. 구영회는 리지우드 고교 진학 이후에는 대학 장학금 혜택이 더 많은 풋볼에 전념했다. 고교 시절 키커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냈다. 고교 3학년 때는 8번의 필드골 가운데 6번을 성공했다. 32번의 보너스 킥을 모두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후 그는 기량을 인정받아 조지아 서던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스카우트됐다. 대학시절 그는 정확한 킥으로 35차례의 필드골 기회에서 31번(88.6%)을 성공했다. 이는 대학 역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4학년 때는 20회 가운데 19회를 성공하면서 전국 대학 최고 키커에게 수여되는 '루 그로자 어워드'의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구영회는 대학 시절 이미 유명세를 치렀다. 연습 도중 백플립을 하며 킥을 성공하는 장면을 트위터 올렸는데, 이게 큰 화제가 됐다. 이 영상은 5900회가 넘게 리트윗 됐다. 1만1000개에 가까운 ‘좋아요’도 받았다.

구영회가 속한 차저스 구단은 지난 시즌까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를 연고로 했다. 신축 구장 건설이 무산되자 LA로 연고지를 옮겼다. 덕분에 구영회는 50만명인 LA 교민들의 응원 속에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그는 최근 ESPN과 인터뷰에서 "한국인 선수가 풋볼을 한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나로 인해 풋볼을 즐기고 풋볼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느낌이 좋다. 흥분된다"고 밝혔다.

[차저스 홈페이지 캡쳐]

[차저스 홈페이지 캡쳐]

'야후스포츠'에 따르면 한국에서 태어나 NFL에 진출한 케이스는 구영회가 4번째다. 198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현 애리조나)에서 뛰었던 키커 존 리(한국명 이민종ㆍUCLA 졸업), 전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스타 플레이어였던 하인스 워드, 현재 캐롤라이나 팬서스의 디펜시브 태클인 카일 러브가 있다. 부모님이 모두 한국인인 선수는 구영회가 유일하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