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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불능'이라던 달리의 무덤 열게 한 여성, 친딸 아니었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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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연합뉴스]

살바도르 달리 [연합뉴스]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자신의 친아버지라고 주장해 28년 만에 그의 무덤을 파헤쳐 DNA 샘플을 채취하게 만들었던 61세 여성이 검사 결과 친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달리 재단은 6일(현지시간) “DNA 검사 결과 친딸이라고 주장해온 필라 아벨 마르티네스와 달리는 혈연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고 BBC가 전했다.
 1989년 84세의 나이로 별세한 달리의 시신은 그의 고향인 스페인 북부 피게레스의 한 극장 지하실에 묻혔다. 이 극장은 재건축돼 현재 ‘달리 시어터 뮤지엄'으로 사용되고 있다. 마르티네스가 친자 확인 소송을 내자 스페인 마드리드 법원은 달리와 그의 생물학적 친족 관계를 확인할 단서가 남아있지 않다며 관을 열고 시신에서 DNA를 채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20일 사망 28년 만에 달리의 무덤이 파헤쳐져 DNA 샘플이 채취됐다.

지난 7월 20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피게레스의 ‘달리 시어터 뮤지엄’에서 인부들이 달리의 DNA 채취를 위해 관을 옮기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7월 20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피게레스의 ‘달리 시어터 뮤지엄’에서 인부들이 달리의 DNA 채취를 위해 관을 옮기는 모습. [AP=연합뉴스]

 56년 피게레스에서 태어난 마르티네스는 2007년부터 자신이 달리의 친딸이라고 주장해왔다. 자신의 어머니가 50년대 초반 스페인 포트리가트 지방에 체류할 때 달리와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몇 년 뒤 돌아온 모친은 다른 남성과 결혼했는데, 마르티네스는 친할머니로부터 “너는 내 아들의 딸이 아니라 위대한 화가의 딸이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달리의 친딸이라고 주장했던 마르티네스 [AFP=연합뉴스]

달리의 친딸이라고 주장했던 마르티네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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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달리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달리의 전기를 쓴 작가는 "달리는 늘 '난 성적 불능이야, 위대한 화가가 되려면 성적 불능이어야 해~'라고 말하곤 했다. 그가 아기를 만든다는 건 결코 불가능하다"고 BBC에 말했다.

1930년대의 살바도르 달리와 그의 작품 기억의 지속.

1930년대의 살바도르 달리와 그의 작품 기억의 지속.

 흘러내릴 듯한 시계가 담긴 그림 ‘기억의 지속’ 등 작품으로 유명한 달리는 20세기 가장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다. 1920년대 후반에는 영화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다. 콧수염을 다듬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는 등 기행도 이목을 끌었다.
 달리는 생전에 부인과의 사이에 자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송 결과에 따라선 스페인 정부에 넘어간 수억 달러 상당 유산의 소유권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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