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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10년 주인공은 도민과 자원봉사자. 남북 평화 올레길도 내고싶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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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제주올레 7코스 숲길에서 만난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올레 10주년의 감회를 밝히며 즐거워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5일 제주올레 7코스 숲길에서 만난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올레 10주년의 감회를 밝히며 즐거워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올레가 10년간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건 동네의 길을 내어주고 알려주고 추천해줬던 제주도민들과 만들어 놓은 길을 내 길처럼 유지 관리해준 자원봉사자들이 있어서다.”

10년 맞은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인터뷰 #앞으로 지난 10년 이어온 노하우와 가치를 다른 나라에 전파 노력 #"아버지 고향 북한과 어머니 고향 제주 잇는 평화 올레길 내고싶다"

지난 5일 제주올레 코스 중 가장 많은 이가 찾는 제7코스 제주여행자센터 인근 숲길에서 만난 서명숙(60)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은 제주도민과 자원봉사자들을 제주올레의 성공의 2등 공신으로 꼽았다. 1등 공신은 ‘제주자연’이다.

지난 5일 제주올레길 7코스를 걷다 인근 풍광을 바라보는 서명숙 이사장. 최충일 기자

지난 5일 제주올레길 7코스를 걷다 인근 풍광을 바라보는 서명숙 이사장. 최충일 기자

“이사장님도 폭삭 속아수다”(이사장님도 대단히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제주 사투리가 옆에서 튀어나오자 그제야 자신의 얘기를 꺼냈다.

그는 서울에서 30여년간 대학생활과 언론인 생활을 거치고 고향제주로 와서 올레길을 냈다. 브라질에 이민 간 한국 여성이 쓴 책을 선물로 받아 우연히 읽고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직을 던지고 산티아고로 도보 여행을 떠나 길에서 감동과 힐링을 얻은 게 계기였다.

그는 “‘올레길이 열 살밖에 안 됐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어도 한 30년은 된 길 같다며 나를 올레에 고스란히 바쳤다”고 회상했다. 또 “고맙게도 올레 직원들이 박봉에 가족처럼 일해 줘 10년간 끌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제주올레 7코스 숲길에서 만난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올레 10주년의 감회를 밝히며 즐거워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5일 제주올레 7코스 숲길에서 만난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올레 10주년의 감회를 밝히며 즐거워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그간 많은 사람을 만났다. 지난 10년간 79세의 부산 할머니가 4년 만인 83세에 올레길을 완주한 일,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던 17살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올레를 걸으며 대화를 튼 일 등 셀 수 없이 인상 깊은 즐거운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런 즐거운 이야기들을 에너지로 “앞으로의 10년도 지난 10년처럼 ‘꼬닥꼬닥’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꼬닥꼬닥은 제주어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걸어간다는 뜻이다.

올레길이 자연·마을과 함께하는 길인 만큼 ‘꼬닥꼬닥’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보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길을 다져 나가겠다는거다. 그는 “다만 이러한 과정은 제주올레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 큰 자본에 의한 난개발 등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서는 행정 기관 등과 서로 협의해 풀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제주올레 7코스 숲길에서 만난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올레 10주년의 감회를 밝히며 즐거워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5일 제주올레 7코스 숲길에서 만난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올레 10주년의 감회를 밝히며 즐거워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그는 또 올레길 10년간의 노하우와 가치를 아시아 개발도상국에도 전파할 예정이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꿈이 하나 있는데…최근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좀 조심스럽긴 한데….” 말꼬리를 흐리자 기자가 괜찮다며 되물었다.

조심스럽게 꺼낸 그의 꿈은 ‘남북 평화 올레길’을 내는거다. 큰 뜻은 남북의 평화를 위해 길을 잇자는 거지만, 개인적으로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인 아버지의 고향과 어머니의 고향 제주를 잇고 싶다는 거다.

지난 5일 기자와 함께 제주올레 7코스를 걷고 있는 서명숙 이사장. 최충일 기자

지난 5일 기자와 함께 제주올레 7코스를 걷고 있는 서명숙 이사장. 최충일 기자

그는 지난 6월 환경의 날을 맞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연인원 70만 명이 찾는 제주올레길을 친환경적으로 조성·관리·운영하고, 일본과 몽골에 친환경 걷기 콘텐트를 수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훈장도 영광이지만 그날 훈장수여를 위해 나온 언론계 선배 이낙연 국무총리가 자신과 함께 현장에서 일했던 순간을 기억해줘 더 좋았다”며 소녀처럼 웃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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