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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6차 핵실험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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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능력은 핵무기 개발의 불문율 같은 합격선, 히로시마 핵폭탄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장진영 기자 / 20170904

"북한의 핵 능력은 핵무기 개발의 불문율 같은 합격선, 히로시마 핵폭탄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장진영 기자 / 20170904

서울 상공서 터졌으면 구글 지도에서 서울 사라지고 잆어 #"이게 코너 킥이야" 김정은이 하라는 대로 끌려갈 판 #북한 핵 관리 부실, 국민 생존 위해 방사능 방재체계 갖춰야 # #"북, 레드라인 넘지 않고 밟았다"는 청와대 언어 유희 수준 #축소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북한 핵무기 위력 위험 설명해야 #치밀한 핵 개발 분석하다 보면 김정은의 시선 느껴질 정도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자 일본의 일부 신문들은 호외를 발행했다.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가공할 핵폭발 위력보다 수소폭탄이 맞냐 아니냐, 문재인 대통령이 이전에 밝힌 '레드라인'을 넘었느냐 아니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2017년 9월 3일 낮 12시29분 시계는 멈췄다"고 말한다. 한반도 안보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서 교수는 4일 인터뷰에서 "정부가 북한 핵무기 파괴력의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방사능 방재 시스템 등 국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6차 핵실험 위력이 역대 최고인데.
“3일 북한의 핵실험은 대형사건이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때 10kt(킬로톤.1kt는 TNT1000t의 폭발위력)에 비해 우리 국방부는 최소 5배, 미국·중국·일본은 18~20배로 평가한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16kt) 10여개가 서울 500m 상공에서 터졌다고 생각해보자. 거기에 핵 EMP(ElectroMagnetic Pulse, 전자기파)까지 방출되면 우리의 통신,교통, 전력 등 중추 신경이 한 순간 마비된다. 복구가 안된다. 구석기 시대로 돌아가는 거다. 그런데 청와대와 국방부는 마치 버섯구름을 보며 수소폭탄이냐 증강핵분열탄이냐를 따지고 있다. 무개념인지,순진무구한 건지, 의도적으로 축소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의 불문율같은 합격선(히로시마 폭탄 규모)을 훌쩍 넘어섰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 교수는 "북한이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대륙간탄도미사일과 여기에 탑재할 핵탄두 완성)을 넘어선 것이냐는 논란에 청와대가 '넘지 않고 밟았다'고 한 것은 언어 유희의 극치이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상황의 엄중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한국은 지진파 규모를 5.7로, 미국·중국 6.3, 일본 6.1,러시아 6.4에 비해 아주 낮게 잡았다.
“우리는 동해 바다 밑을 통해 전해진 지진파를 잡는다. 그래서 보정을 하는데, 결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북한과 접경지역이라 보정할 필요가 없다. 연변지역의 25층 건물이 30초간 흔들렸다. 굉장한 규모다. 지진파 폭발 위력은 지진파가 1도 올라갈 때 마다 2의 5승으로 세진다. 우린 기준으로 50kt, 미·중 기준으론 200kt~600kt이다.

-핵실험장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은 화강암지형이라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들 했는데.
“이번 같은 폭발력이면 만탑산 할아버지도 못 견딘다. 서울 상공에서 터졌다치면 서울은 구글지도에서 사라지고 없다. 폭발이 멀리, 땅속에서 일어났을 뿐이다. 우리가 놓치는 사이 6차례 외 실패한 실험도 많이 했을 거다. 4~5개 갱도를 뚫었다 해도 2차례 이상 손상을 입었고 지난 3일 폭발에 무너져 내렸다고 본다. 북한은 핵실험을 만탑산에서 시작해 만탑산에서 끝냈다. 이 마저도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다. 실험을 더 할 장소도 더 할 이유도 없다. 조립만 하면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와이나 알래스카까지 날아가는 ICBM에 탑재할 1t 중량 탄두는 성공했고, 미국 동부까지 날아갈 수 있는 500㎏ 탄두도 지금 기술력으론 6개월이면 가능할 것 같다.”

-갱도가 무너졌다고 보는 이유는.
“25층 건물이 30초 흔들릴 정도였고, 진도 4.1의 2차 P파가 나왔다. 보통은 핵실험을 하면 P파는 한번만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북한이 방사성 물질의 누출이 없었다고 했지만 지표, 대기로 흩어지고 수맥으로 파고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지하수 오염 문제는 중국도 내심 걱정할 것이다. 우리 한테도 언제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를 일이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핵무기의 EMP 위력'을 연일 보도했다.
“핵무기 개발 과정에 핵EMP탄 능력도 얻게 된다. 기존의 핵보유국들은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북한의 의도는 치명적 무기를 다종화, 다변화하는데 성공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EMP탄 실험을 하고, 방사선으로 인명만 살상하는 중성자탄,열화우라늄탄 등을 줄줄이 내놓을 것이라고 위협하는 거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대기권(해상이나 지표면)에서 할 것이란 외신보도가 있는데
“7차 핵실험은 무의미하다. 더 하지 않는다. 대부분 핵보유국들이 6차 실험에서 멈춘다. 그러나 핵EMP탄, 중성자탄, 대규모방사능오염탄, 코발트탄(EMP증폭탄), 열화우라늄탄 같은 대기권 실험은 먼 바다에 나가서 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하면 국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지만 이제는 우리 어깨에 이런 가공할 무기가 얹혀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핵폭실험을 더 하지 않는다 해서 핵실험이 종결되는게 아니고 그 다음 다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이 모든 것을 동시다발로 준비해 놨다고 본다. ”

-핵무기를 금방 만들 수 있나.
“핵실험에 성공했으니 복제만 하면 되는 거다. 연탄 하나를 만들어보고 화력이 증명됐으면 똑같이 만들면 되는 거다. 북한은 핵마라톤에서 힘든 막판 스퍼트를 거치고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 조립만 하면 된다. 60기~100기 정도 만들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참고로 중국은 300기 정도를 갖고 있다"

-북한이 이번 핵실험의 세기를 조절했다고 보나.
“그렇다. 삼중 수소, 이중 주소만 더 집어넣으면 10배, 20배 위력을 낼 수 있었다. 만탑산 붕괴를 고려해 용량을 조절한 것이다. 특히 핵실험 후 북한은 수소탄을 핵분열 1단계와 융합의 2단계를 거쳤다고 했는데 핵분열을 한번 더 하게(3단계) 하면 위력이 100배쯤 커진다. 기술이 부족해서 2단계로 한 것 같지 않다. 2단계까진 어렵지만 3단계는 쉽다. 고폭장약이나 우라늄 U-238을 감싼 후 화학폭약과 탬퍼(tamper·핵물질을 감싸는 장치)로 압축시키면 메가톤급의 폭발이 일어난다.

서 교수는 북한이 핵·미사일 체계 완성으로 이르는 길을 봐오면서 "김정은이 우리를 세뇌시킨 느낌"이라고 했다.북한은 도발을 하기 전, 열병식이나 사진 등을 통해 선을 보이고, 실제 시험 도발을 이어갔다. "그 때 마다 서울과 워싱턴에선 저처럼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떠들고 분석했다"며 "이젠 목뒤로 김정은의 시선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핵 실험후 북한의 발표 내용은 거의 핵공학 강의 수준이었다. 4차 실험 때는 과장하며 설명했지만 이번엔 필요한 대목만 간결하게 절제된 톤으로 설명했다. 김책공대에서 강의를 듣는 기분이랄까. 그 정도로 북한이 자신있다는 얘기다. 어떤 분들은 한복입은 북한 아나운서의 과장된 목소리를 듣고 웃던데, 저는 무서웠다. 웃을 수 없는 일이 현실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제6차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인공지진이 발생한 3일 오후 3시 30분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서균렬 교수는 "북한의 설명은 강의 수준이라 할 정도로 절제돼 있었다"며 "핵무기 완성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라고 설명했다.김성태/2017.09.03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제6차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인공지진이 발생한 3일 오후 3시 30분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서균렬 교수는 "북한의 설명은 강의 수준이라 할 정도로 절제돼 있었다"며 "핵무기 완성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라고 설명했다.김성태/2017.09.03

-6차 핵실험으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고 하는 의미는.
"북한의 ICBM급 화성-14호 발사와 6차 핵실험 성공은 '게임체인저' 개념을 넘어선다. 김정은이 축구를 하다가 '이게 아니야. 코너킥, 패널티킥 이렇게 해'라고 하면 그만인 상황이 온 것이다. 그쪽은 가졌고 우린 안가졌으니까. 심하게 말하면 우리는 잃을 것만, 김정은은 얻을 것만 있다고 생각한다"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와 강력한 제재 등 대북 압박 효과는.
“김정은은 웃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파키스탄을 보며 1년은 버틸 준비를 해놨을 거다. 파키스탄의 핵실험 후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부과한 제재는 1년 만에 해제됐다. 북한은 되레 제제에 맞서 화성-14호 서해 해안 도발, 핵EMP탄 실험 등으로 국제사회를 압박할 것이다”

4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장진영 기자 / 20170904

4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장진영 기자 / 20170904

-대책은 뭔가.
"7년 전 부터 핵무장을 주장했는데, 북한의 핵 저지를 위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차원이었다. 이젠 그런 노력도 쓸데 없어졌다. 외교 정책적 차원의 대비 외에 정부가 정말 국민을 위해 할 일이 있다. 지하공간에 상하수도,위생 시설을 갖추고 사흘 또는 길게 3주이상 버틸 수 있는 비상용품을 비치해야 한다."

-북한의 핵이 남한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지 않나.
"물론 핵무기를 쓰진 않을 거다. 그렇다고 괜찮을 것이라 믿고 가만 있을 수 있나. 북한의 핵 관리가 문제다. 저 정도 핵이 많으면 실수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이 휴전선과 100㎞도 안 떨어져 있다. 지금은 SNS 수단이 있으니 최악의 상항은 피할 수 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이스라엘 등 선진국들은 온 국민이 들어가 사흘에서 3주 정도 지낼 지하 공간을 확보해 놓고 있다. 3주 뒤면 방사능은 거의 걷힌다. 선진국이면 당연히 해야 하는 방사능 방재다. 하물며 우리는. 방공호 방재 시스템은 국민 생명 보험이다."

김수정 외교안보선임기자 kim.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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