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벨수상자들이 꼽은 인류 위협 요인..북핵보다 무서운 ‘이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매년 인류 문명 발달에 학문적으로 기여한 이에게 주어지는 노벨상 이미지. 올해로 117회째 수상식이 열린다. [중앙포토]

매년 인류 문명 발달에 학문적으로 기여한 이에게 주어지는 노벨상 이미지. 올해로 117회째 수상식이 열린다. [중앙포토]

영국 타임즈 계열 교육지(紙)인 ‘더타임즈하이어에듀케이션’(THE)은 최근 흥미로운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3~5일(현지시간) 열린 학계 컨퍼런스인 ‘2017 월드 아카데믹 서밋’를 앞두고서였다.

THE, 노벨상 수상자 50명 설문 조사 #최대위협은 '인구증가'와 '환경변화' #AI·핵 전쟁·질병·트럼프도 순위권

이는 과학·의학·경제학 노벨상 수상자 50명을 대상으로 ‘인류 종말을 일으킬 요인’을 묻는 조사였다. 그 결과, 노벨상 수상자들은 테러와 원리주의, 경제적 불평등, 핵 전쟁부터 인공지능(AI) 출현까지 다양한 답변을 내놨다. 그런데 이들이 3명 중 1명 꼴로, 가장 많이 한 답변은 ‘따로’ 있었다. THE는 그 설문 결과를 지난달 31일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공동 10위. 페이스북(답변자 1명, 전체 답변자의 2%) 

2004년 만들어진 세계적 SNS 페이스북의 로고. [중앙포토]

2004년 만들어진 세계적 SNS 페이스북의 로고. [중앙포토]

세계 최대 규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20억명에 달하는 방대한 개인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개인 프라이버시 노출, 악성 애플리케이션 감염 등의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공동 10위. 마약(1명, 2%)

주사로 투입되는 마약 이미지. [중앙포토]

주사로 투입되는 마약 이미지. [중앙포토]

인터넷과 SNS 활성화로 마약 구매는 점차 용이해지고 있다. 한국에서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대인 1만4000명(지난해 기준)을 기록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증가로 외국인 마약 사범들은 30여개국 957명, 전년도보다 무려 49.5% 가량 늘어났다.

미국에서도 마약 대책과 관련된 논쟁이 한창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약대책위원회가 마약방지정책 발표 시한을 지체하자, 민주당 측은 “미국인 수백만 명을 고통에서 구원할 마약 대책을 좀 더 빨리 실행하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공동 8위. 불평등(2명, 4%)

과거 영국 런던서 열린 G20 회의장 인근서 빈곤 등에 대한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 [런던 로이터=연합]

과거 영국 런던서 열린 G20 회의장 인근서 빈곤 등에 대한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 [런던 로이터=연합]

『21세기의 자본』의 저자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부자와 빈자의 경제적 불평등은 나라의 경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었다. 더욱이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현저하다고 한다.

빈부 격차가 벌어지면 몇몇 국가에선 무질서가 횡행하고 무력 분쟁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동 8위. 인공지능(2명, 4%)

인공지능의 출현을 다룬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중앙포토]

인공지능의 출현을 다룬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중앙포토]

최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AI의 급성장으로 사람의 힘으로 통제 불가능한 시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사람의 힘으로 통제 가능한 현 시점에서 AI 기술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 세부적인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AI를 활용한 킬러 로봇 개발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AI를 활용해 스스로 목표물을 추적, 공격할 수 있는 전투형 로봇을 말한다. 최근 테슬라 최고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 등 ICT 글로벌 CEO 116명은 유엔에 공동서한을 보내 킬러로봇 금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닫기는 매우 어렵다”며 “킬러로봇 개발 및 생산이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공동 5위. 무지(無知)와 진실 왜곡(3명, 6%)

지난해 미국 대선때 문제가 된 '가짜 뉴스'를 희화화한 이미지. [중앙포토]

지난해 미국 대선때 문제가 된 '가짜 뉴스'를 희화화한 이미지. [중앙포토]

가짜 뉴스의 사전적 의미는 ‘뉴스의 형태를 띤 채 유통되는 가짜 정보’다. 정치·경제적 이익 취득, 개인 만족 등 목적도 다양했지만 최근엔 정치적 목적의 가짜 뉴스가 이슈가 됐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선 “힐러리 클린턴이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판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지지” “클린턴, 유세 대가로 가수들에게 6200만달러 줘”등의 가짜 뉴스로 힐러리가 큰 타격을 받았다. 올해 한국 대선에서도 가짜 뉴스 논란이 들끓었다.

공동 5위. 원리주의 혹은 테러리즘(3명, 6%)

최근 스페인에 추가 테러를 예고하는 IS 관계자의 영상 캡쳐. [중앙포토]

최근 스페인에 추가 테러를 예고하는 IS 관계자의 영상 캡쳐. [중앙포토]

IS 등의 테러 행위는 전세계를 불안케 하고 있다. 핵무기·생화학무기가 이 단체의 손에 넘어간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특히 이들은 민간인이 다니는 범행 장소를 타깃하고 있다. 시장, 공연장, 길거리 등을 테러 장소로 삼는다. 지난 5월 22일엔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에서 관람객 22명을 사망하게 한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공동 5위. 트럼프 등 무지한 세계 지도자(3명, 6%)

올해 취임 이후 인종차별과 미국우선주의 등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올해 취임 이후 인종차별과 미국우선주의 등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종차별 발언, 멕시코의 장벽 설치 등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를 지목하면서 “인류에 위협이 될 지도자가 선출되면 무서운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놀라울 정도로 무식하고 천성이 나쁜 사람이다. 그가 하는 일은 전부 못 됐거나 이기적인 것뿐이니 트럼프는 배트맨 영화에서 악당 역할도 맡을 수 있을 것이다.”(2003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피터 아그레)

공동 3위. 이기심, 부정직함, 인간성 상실(4명, 8%)

지난달 벌어진 스페인 차량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 [AP]

지난달 벌어진 스페인 차량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 [AP]

인종차별, 여성·장애인 비하, 약자에 대한 폭력…. 인간의 어두운 내면은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타인을 공경하는 태도, 다른 문화와 인종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지 않는다면 살인 등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 3위. 전염성 질병 등(4명, 8%)

에이즈 치료를 받고 있는 아프리카 말리의 모녀. [중앙포토]

에이즈 치료를 받고 있는 아프리카 말리의 모녀. [중앙포토]

14세기에 유럽 대륙을 덮은 페스트(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30~60%가 소멸했다. 이런 비극이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현대 사회서 신종 질병에 대한 경고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노벨상 수상자는 “(실제로 문제시될) 가능성은 낮겠지만 유행병, 핵 전쟁, 인공지능 등 인류를 위협할 요소는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최선의 보험정책이란 인류가 다행성 종(種)이 되는 것”이라며 “이에 과학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위. 핵 전쟁(12명, 23%)

핵 미사일 폭발 시 떠오르는 검은 버섯구름. [중앙포토]

핵 미사일 폭발 시 떠오르는 검은 버섯구름. [중앙포토]

만약 북한과 미국이 핵 전쟁을 벌인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할 일이다. 그러나 지난 3일 북한이 제6차 핵 실험을 단행하며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도 ”핵 전쟁을 인류 최대의 위협”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이스라엘계 노벨상 수상자는 이런 핵 위협이 “전쟁광 도발자(warmonger dictators)들 탓”이라 주장하고, 독일계 수상자는 “핵 무기를 소지한 포퓰리스트 정부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1위. 인구증가 혹은 환경악화(18명, 34%)

인구 과밀화로 골머리를 알고 있는 인도 지역 풍경. [중앙포토]

인구 과밀화로 골머리를 알고 있는 인도 지역 풍경. [중앙포토]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꼽은 인류 위협 요인은 인구 증가, 혹은 환경 악화였다.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97억명, 2100년 112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심각한 자연재해가 잇달아 일어날 우려도 있다고 THE는 전했다.

“빙하기 이래 인류는 극적인 기후변화에 힘겹게 대응해왔다. 그러나 과학에는 화석연료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현 시스템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 다시 말해, 재생가능한 에너지가 화학연료에 비해 저렴해진다면 사람들은 화석연료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NASA의 존 머더 박사)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