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산·평촌, 왜 '집값 모니터링 지역' 지정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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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아파트. [중앙포토]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아파트. [중앙포토]

정부가 5일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를 발표하며 '집값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지정한 9곳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천 연수구·부평구, 안양 만안구·동안구, 성남 수정구·중원구, 고양 일산동구·서구, 부산 등이다.

8·2 대책 이후 집값 상승 #또는 집값 불안 재연 가능성 있는 곳 #국토부, 집값·분양권 거래 등 모니터링 #"과열되면 즉각 투기과열지구 지정"

정부가 이들 지역을 정한 근거는 최근 집값 변동률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8월 월간 집값 변동률을 보면 고양 일산서구는 전달보다 1.15%, 일산동구는 0.56% 올랐다. 평촌신도시가 있는 안양 동안구는 0.54%, 만안구는 0.57% 각각 상승했다. 인천 연수구(0.51%)와 부평구(0.45%), 부산(0.23%) 등도 만만치 않은 상승세를 보였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인천 연수·부평, 안양 만안·동안, 성남 수정·중원구는 8·2 대책 이후에도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양 일산동구·서구와 부산은 8·2 대책 이후 안정세를 찾았지만, 대책 이전에 집값이 크게 상승해 향후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눈길은 끄는 건 고양 일산서구와 성남 수정구가 모니터링 지역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일산서구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 성남 수정구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지역구여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있을 때마다 주목받았다.

국토부가 이번에 집중 모니터링 지역을 공개한 것은 시장에 엄중한 경고를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이번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피했지만,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언제든 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국토부

자료:국토부

국토부는 지난 6·19 대책에서 청약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거나 8·2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도입할 때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 곳은 추가 규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지역을 거론하진 않았다.

국토부는 이들 지역에 대해 주택 매매가격과 아파트 분양권 거래 동향, 청약 상황 등을 상시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이 과열됐거나 과열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면 즉각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나설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각종 주택가격 데이터는 일주일 간격으로 확인하고 현장 탐문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할 것"이라며 "다만 집중 모니터링 대상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는 것은 아니고, 급격히 주택시장이 과열되는 곳은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어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제한되는 등 대출 규제와 청약규제, 재건축 규제 등 19종의 규제를 가해 '규제 선물 세트'로 불린다.

이에 대해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다만 정상적인 주택 거래마저 위축시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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