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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더리 보이콧 카드 최종 목표는 북 원유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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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 6차 핵실험 │ 미국 대응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으로 미국이 쌍칼을 꺼내들었다. 하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 금지, 다른 하나는 독자 제재인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제3자도 제재)이다. 비군사적 수단까지 총동원해 북한 경제의 숨통을 조여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시키겠다는 의도다.

“북한 거래 국가와 무역 중단 고려” #트럼프, 안보리 협상 우위 잡기 포석 #100만t 원유 공급 중국 협력 미지수 #북, 인도·태국·싱가포르 등과 교역 #미, 모든 무역 중단 사실상 불가능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카드는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그는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와도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예고한 것이다. 미 재무부는 이전까지 중국의 단둥은행, 단둥리치어스무역 등 소규모 은행과 기업을 제재 대상 리스트에 올려 중국 측에 모종의 제스처만 보여줬다. 중국은행(BOC)과 공상은행 등 대형 국유은행과의 거래도 끊을 수 있다는 사전 경고 성격이었다. 트럼프 정부가 이처럼 세컨더리 보이콧의 본격 추진에 나선 것은 김정은 체제의 돈줄이 되는 중국 기업과 북한 간 관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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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각에선 미국이 과연 이란에 적용했던 전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시할 수 있느냐와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AP통신은 “이란의 경우 원유 수출 자금으로 경제를 지탱해 온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에 세컨더리 보이콧이 수출대금의 유입을 막아 큰 효과를 발휘했다”며 “하지만 북한 경제의 경우 고립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 어떤 효과를 낼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의 말처럼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와의 무역을 중단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 북한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2015년 기준 24억 달러)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인도(2269만 달러), 태국(698만 달러), 러시아(604만 달러), 싱가포르(133만 달러) 등과도 거래 중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는 중국과의 교역 중단보다는 미국이 유엔 안보리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 정부는 4일 안보리 긴급회의 등을 통해 치명적 대북제재인 원유 공급 금지 조치를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석유 파이프라인을 잠그면 북한 경제가 사실상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원유 카드의 성패는 중국의 협력 여부에 달려 있다. “미국의 중국 압박은 북핵 문제를 아웃소싱해 해결하려는 속셈”이라며 책임을 피하는 중국을 트럼프가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대북 원유 공급 금지에는 또 다른 걸림돌도 있다. 중국의 지원량 중 인도적 차원의 무상제공분에 대한 해석이다. 중국은 연간 약 100만t의 원유를 북한에 공급하고 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무상원조로 알려져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이 부분까지 제한하기 위한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미국의 과제 중 하나다.

한편 북한이 어떤 제재에도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는 만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외교적 해법으로 돌파구를 찾자는 주문이다. 1994년 북·미 협상을 성사시킨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CNN을 통해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작거나 없다고 본다”며 “지난 수년간 실패한 협상은 모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전제를 기반으로 했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서울=박유미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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