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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달러 주무르는 라가르드 “세계경제 낙관, 내년 3.6%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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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오늘 방한 앞두고 단독 인터뷰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1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과 세계경제를 진단했다. 그는 “경기가 좋아진 지금이 구조개혁을 정면에서 다룰 수 있는 이상적 기회”라고 말했다. [이광조 기자]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1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과 세계경제를 진단했다. 그는 “경기가 좋아진 지금이 구조개혁을 정면에서 다룰 수 있는 이상적 기회”라고 말했다. [이광조 기자]

1조 달러(약 1120조원)를 움직이는 큰손, 국제 금융계의 여제.

한반도 안보 상황, 불확실성 야기 #경제에 악영향 미칠 수 있지만 #한국 증시 아직은 회복력 유지 #한국경제 내년 성장률 3%로 상향 #노인 빈곤 등 풀어야 성장세 지속 #세계경제 당면 리스크는 재정 취약 #무역은 세계경제 엔진이지만 #일부 선진국 일자리 감소 부작용 #개방 이익 확대되게 노력해야

크리스틴 라가르드(61)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5일 방한한다. 2013년 12월 인천 송도 녹색기후기금(GCF) 출범식 참석 이후 4년 만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방한에 앞서 1일(현지시간) 워싱턴 IMF 본부 12층 총재실에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국의 지속적 경제성장과 여성의 경제활동 활성화 방안을 문재인 대통령과 깊이 있게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에 스마트한 여성이 많은데 경제에 그만큼 참여하고 있진 못한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하겠지만, 한국 측에서 말하기를 원하는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귀담아듣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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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난 문 대통령에 대해선 “미소가 좋았고 경직되지 않고 편안한 사람이었다”고 첫인상을 털어놓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문 대통령과 오는 11일 청와대에서 회담한다. 그는 6일엔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의 한계를 넘어서자’는 주제의 여성 금융인 국제회의, 7일엔 한국은행·기획재정부·IMF 공동 주최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한다.

키 1m83㎝ 장신에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도 정평이 난 라가르드 총재는 요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 명의 여성’으로 꼽힌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유리천장을 깨는 데 실패했지만, 많은 이들이 당신은 프랑스에서 유리천장을 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자 만면에 환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는 2021년 7월 임기가 끝난 뒤 유력한 차기 프랑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왼쪽)와 워싱턴 IMF 본부에서 인터뷰하는 김현기 특파원. [이광조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왼쪽)와 워싱턴 IMF 본부에서 인터뷰하는 김현기 특파원. [이광조 기자]

한반도 군사적 긴장으로 인한 ‘한국 안보 리스크’를 어떻게 진단하나.
“우리는 최근의 (한반도에서의) 지정학적 긴장이 빨리 완화되고 평화적 결론에 도달하길 바란다. 모든 긴장은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경제에 악영향(damage)을 미칠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의 주식시장이 7월 최고점에서 3% 정도 낮은 수준까지 회복력이 유지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긴장이 더 고조될 경우 경제적 영향은 예측하기 힘들다.”
한국의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1년째 3만 달러를 넘지 못하면서 ‘개발도상국의 함정’에 갇혔다는 지적도 있는데 동의하나.
“한국은 이미 선진 경제국이다. 경제성장률이 지난 20년 평균인 6%보다 둔화된 건 사실이지만 올해 3.0% 성장률은 선진국 중 가장 높다. 과제는 성장률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견조한 성장세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느냐다. 또 보다 포괄적 성장이 돼야 한다. 특히 ‘노인 빈곤’은 우려스럽고 사회적 유동성도 약하다. 한국 열 가구 중 두 가구만이 2011~2014년 사이 경제가 좋아졌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도전들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내가 이번에 서울에서 회의 참석자, 그리고 정부 당국자와 논의할 핵심 부분이다.”
당신은 지난 7월 각국 중앙은행장들에게 “140자 이내로 축약해야 하는 트위터처럼 간단명료하게 금융정책을 홍보하라”고 촉구했는데, 그 기준에 맞춰 세계경제를 간단명료하게 진단해달라.
“그 이야기를 꺼내줘 기쁘다. 금융계에선 중요한 정책 메시지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의 헤드라인은 ‘2017년 3.5%, 2018년 3.6% 성장률 전망치. 세계경제가 모멘텀을 얻은 것에 의문의 여지 없어!’다. 경기가 좋아진 건 각국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있어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한 핵심적 구조개혁을 정면에서 다룰 수 있는 이상적인 기회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에 있어선 여성의 역할을 보다 강화하고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며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는 구조개혁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제 전망은.
“IMF는 한국의 성장률 예측치를 2017년은 2.7%에서 3%로, 2018년은 2.8%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2분기부터 왕성한 기업 투자와 민간소비 증가세가 강해지면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도 강한 성장세를 지속하려면 한국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둔화, 그리고 노동시장의 왜곡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두 가지 주제의 국제 콘퍼런스에 참가한다. 하나는 금융계에 종사하는 한국 여성들이고 또 하나는 아시아의 지속성장에 대해서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 지역이지만 많은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예를 들어 젊은 생산가능 인구가 증가하는 인도·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은 고용을 늘려야 한다. 중국·한국·태국 같은 나라들은 급속한 고령화, 생산성 둔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성들의 참여와 리더십을 강화하는 건 성장 촉진을 도울 수 있다. 또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이 보호주의 무역정책으로 전환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무역은 세계경제 성장과 번영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 지구촌 곳곳에서 수백만 명을 빈곤으로부터 구하고 소득을 증가시켰으며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경쟁과 혁신을 자극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고 훨씬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에게도 이익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무역의 증가로 모두가 이익을 본 건 아니라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몇몇 선진국은 지난 20년 동안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 국제경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화의 부작용은 완화하며 개방 및 통합의 이익이 모든 사람에게 확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계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리스크는 뭐라고 생각하나.
“당장 우려할 문제 중 하나로 재정적 취약성을 꼽겠다. 저금리와 대출조건 완화 등으로 많은 신흥 경제국에서 기업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졌다. 게다가 선진국과 신흥 경제국 모두 경제적 불평등, 임금 정체, 생산성 증가 둔화, 인구 고령화 및 남녀 간 기회 불평등과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보호주의,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리스크다. 그래서 내 결론은 ‘우리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단기 전망은 강세다. 전년 6.4% 성장에서 올해 6.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 전망도 평균 GDP 성장률을 6%에서 6.7%로 높였다. 전반적으로는 신중하게 낙관하지만, 성장세를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과도한 기업부채 증가 등 중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워싱턴=김현기·정효식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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