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피워온 담배와 이별…담배소비자협회장이 '금연' 선언한 까닭

중앙일보

입력

신민형 담배소비자협회장 페이스북 금연선언문 화제 

금연을 결정한 신민형 한국담배소비자협회장.

금연을 결정한 신민형 한국담배소비자협회장.

신민형 한국담배소비자협회장(61)이 40년 동안 피워온 담배와 이별하며 쓴 '조연문'(弔煙文)이 뒤늦게 화제다. 신 회장은 이 글이 주목받자 "이렇게 욕을 많이 먹은 것은 처음이다"라면서도, "내 주어진 길이나 열심히 즐겁게 하자"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 신민형 회장 페이스북]

[사진 신민형 회장 페이스북]

애연가로 알려진 신 회장은 지난달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 시대 유씨 부인이 27년간 아끼던 바늘을 잃고 쓴 조침문(弔針文)을 언급하며 담배를 끊을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 회장은 "40여 년 동안 마누라처럼 편안하고 친구처럼 위로가 됐던 담배를 끊으러 기흥보건소에 간다. 차라리 담배를 피우고 환한 얼굴을 가지라며 담배 심부름까지 했던 아내와 같이"라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신 회장이 금연을 결심한 것은 건강상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가래가 끓고 기침까지 해대는 나의 몸은 특히 이 무더위에 감당할 수 없다. 그래도 담배가 여전히 마누라와 친구같이 편하고 위로를 해주니 더욱 감당하기 힘들다"고 적었다.

그는 "27년간 애지중지하다가 부러진 바늘에 미망인이 된 듯 바늘을 애도하며 '조침문'을 썼던 유씨 부인 마음을 헤아려 본다"며 "바늘이나 담배나 한낱 작은 물건이지만 생애의 위로가 됐으니 아쉽고 안타까움이 같지 않은가"라고 아쉬워했다.

신 회장은 "내 몸이 허락하지 않아 정든 담배와 헤어지려니 더욱 '애통'하고 미안하다. 담배와 '백년해로'할 육신을 지켜야 했는데… '조연문'(弔煙文)이 아니라 담배를 감당할 수 없는 내 몸을 애도한다. 다만, 담배야! 너의 40년 옛정을 잊지 않고 고마워할 거다"라고 했다.

[사진 신민형 회장 페이스북]

[사진 신민형 회장 페이스북]

신 회장의 '조연문'은 지난달 31일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화제를 모았다. 신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을 때는 격려를 받았는데 언론 기사의 댓글에는 격한 비난이 더 많았다"며 "흡연자들은 자격없는 배신자라 비판했다. 이렇게 욕을 많이 먹은 것도 처음이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그러면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괜한 분노 등으로 휩싸인 사회를 또 다시 느끼는 듯하다"며 "그저 눈·귀·입 닫고 내 주어진 일이나 열심히 즐겁게 하자. 이런 태도 역시 어느 한편에선 비아냥대겠지만 최선의 길이라 생각하자"고 소신껏 말했다.

43년간 담배를 피워온 신 회장은 2014년 시민단체 한국담배소비자협회 3대 회장으로 취임해 흡연실 설치사업, 청소년 흡연 예방운동, 담뱃값 인상 반대운동 등 흡연자 권리를 위한 활동을 했다. 현재 매일종교신문 발행인도 맡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