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불가 비관하며 투신 자살하려던 외국인…손목잡고 끝까지 버텨 구조한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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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을 기도하던 외국인을 붙잡고 있는 경찰. 노란색이 낙동강 둔치에 설치된 에어매트다.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투신을 기도하던 외국인을 붙잡고 있는 경찰. 노란색이 낙동강 둔치에 설치된 에어매트다.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결혼하지 못하는 것을 비관해 다리에서 투신하려던 20대 외국인의 팔목을 끝까지 잡고 버티면서 구한 경찰들이 있다. 부산 사상경찰서 학장지구대 변남식(31)순경과 정동원 경장(31)이 주인공이다.

지난달 31일 부산 낙동대교에서 투신 시도한 20대 시리아 난민구조 #"모로코 여성과 결혼하려했으나 불법체류자라 안된다는 통보받고 좌절" #부산 사상경찰서 학장지구대 변남식 순경과 정동원 경장 #수분간 설득하다 투신한 외국남성 손목 잡고 5분 버틴 끝에 구조

이들은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16분쯤 부산 사상구 낙동대교 인근에서 “지금 투신자살하려고 한다. 죽기를 원한다”는 외국인 남성의 신고를 접수한 112상황실의 지령에 따라 순찰차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들은 6분쯤 뒤 낙동대교 일대를 수색해 높이 7m가량의 낙동대교 난간밖에 서 있는 한 외국인 남성을 발견했다. 곧바로 이 남성에게 접근해 설득을 시도했다. 한국말이 서툴렀지만,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그리고는 난간 아래 낙동강 둔치에 에어 매트를 설치해달라고 119에 요청했다.

하지만 좀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던 이 남성은 이날 오후 11시 40분쯤 결국 투신하려 했고, 떨어지면서 난간 아래쪽 구조물을 붙잡았다. 그 순간 경찰이 이 남성의 팔을 낚아챘다. 변 순경과 정 경장이 이 남성의 손목을 각각 하나씩 붙잡은 것이다. 하지만 난간 사이로 손목을 잡아 이 남성을 끌어올리기는 어려웠다.

난간을 붙잡고 투신을 기도하고 있는 외국인 남성.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난간을 붙잡고 투신을 기도하고 있는 외국인 남성.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경찰이 이 남성을 붙잡은 지 3~5분쯤 지나자 난간 아래에 에어 매트가 설치됐다. 경찰들은 마침내 이 남성을 떨어뜨렸다.

투신을 기도한 이 남성은 지난해 5월 시리아 난민으로 입국한 H씨(21). 그동안 일용직으로 한국에서 일해온 그는 “모로코 출신의 불법 체류자 여성과 결혼하려고 했으나 출입국사무소로부터 불법체류자와는 결혼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를 비관해 자살을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로코 풍습에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함께 살 수 없다”며 “꼭 결혼해 살고 싶다”고 경찰에게 말했다.

변 순경은 “외국인 남성의 사연이 안타깝다”면서 “자살 기도자의 양손을 붙잡고 있었는데 외국인 남성이 힘이 빠져 계속 미끄러지는 상황이었고, 경찰도 체력 소모 등으로 위로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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