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매티스 만난 송영무, 전술핵 얘기까지 꺼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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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송영무 국방장관이 지난달 30일 미국 국방부에서던퍼드 합참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송영무 국방장관이 지난달 30일 미국 국방부에서던퍼드 합참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미국을 방문 중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각각 회담을 갖고 핵추진 잠수함 도입, 전시작전권 전환, 미사일 지침 개정 논의 등을 협의했다. 이날 회담에선 특히 전술핵 배치도 거론됐다. 구체적 논의사항은 국가기밀이란 이유로 명쾌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향후 군사능력과 한반도 안보정책을 뒤흔들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송 국방, 한반도 안보 전하며 언급 #군 “야당 의견 전달 … 구체 논의 안 해” #미 전략자산 배치엔 미국도 동의 #핵추진 잠수함, 전작권 전환도 협의 #미사일 탄두 중량 대폭 늘어날 수도

이 자리에 배석했던 정부 관계자는 “송 장관이 ‘(한국 내) 야당이나 보수층에서 한반도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책(전술핵 무기 재반입)까지 논의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전술핵 문제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송 장관은 미사일 지침 개정의 필요성과 확장억제 전략적 자산의 배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전술핵 무기 재반입 문제를 이야기한 것”이라며 “미국 측도 한국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 같은 사실을 이해하고 한반도 내 안보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전술핵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날 회담에서 우리 측이 전술핵 무기의 배치를 미국 측에 건의했다기보다는 “전술핵 도입을 주장하는 (한국 내) 주장이 거세질 정도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심각한 만큼 미국의 전략자산 상시·순환 배치를 적극 검토해달라”는 메시지를 간접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송 장관이 매티스 장관에게 전략적 자산 배치에 대한 한국 측 요구를 전달했고, 이에 매티스는 ‘적극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송 장관이 미국 측에 핵추진 잠수함 도입 필요성도 제기했고, 미국 측이 북한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위협에 대해 상황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송 장관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미 간 미사일 지침 개정 논의와 관련, “탄두 능력을 표적에 맞는 것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데 미국과 뜻을 같이했고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미사일 사거리(최대사거리 800㎞)와 탄두 중량을 어느 정도 늘릴 것이냐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다만 “갱도형 지하시설과 견고화된 표적을 파기하기 위해선 높은 위력의 탄도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군사적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고 이를 구현하는 데 한·미 양측이 협의하기로 했다”(정부 관계자)고 밝힌 만큼 중국 등이 민감해하는 사거리 확대보다는 탄두 중량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현행 500㎏에서 1톤(t)으로 늘리는 방안이 모색됐지만 상황에 따라선 더 대폭으로 늘리는 안에 양측이 합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논의된 핵심 사항들은 추후 협의를 거쳐 다음달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일부 ‘공동 합의문’ 형태로 나올 공산이 크다.

이처럼 한·미 국방장관이 한국의 방위력 강화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것은 조속한 전시작전권 전환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미국 측이 존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송 장관은 “‘국방개혁 완료 시 전작권 문제는 전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매티스에게) 말했고, 매티스 장관도 나의 뜻에 협력할 뜻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매티스 "절대 외교적 해법서 안 벗어날 것”

한편 이날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주장한 것은 외교적 해법이 고갈된 것을 뜻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절대 외교적 해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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