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과 안하면 대규모 집회 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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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구에서 반(反)김정일 시위를 하던 중 북측 기자들과 충돌했던 시민단체들은 25일 "북한 측의 사과가 없을 경우 대구 또는 서울에서 인공기를 태우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유시민연대 등 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북핵 저지 시민연대(대표 박찬성)'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대구 유니버시아드 미디어센터 앞에서 발생한 북한 기자단과 이 단체 회원 간의 폭력 사태에 대해 북측의 사과와 북측 관계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촉구했다.

朴대표는 "북한은 남측 보수단체에 대해 마음껏 비판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의사표현은 폭력을 써가며 막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서 진정으로 사과해야 하는 쪽은 북측"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회 조직위원장의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약속은 주객이 전도된 것으로 한심하고 분통이 터진다"면서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공식적으로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장에는 24일 북한 기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장형렬씨가 목에 깁스를 하고 참여해 등쪽의 상처 부위를 공개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와 함께 "평화적 기자회견을 기습 집회인 것처럼 보도했다"며 KBS 등 일부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는 "인공기 태우는 것을 정부가 막고 있지만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집회에서는 지난 서해교전 전사자 유가족이 직접 인공기를 태울 것"이라며 "이들이 가족을 죽인 적국의 국기를 태우는 것까지 정부가 막을 수 있는지 두고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충돌 사태와 관련, 향후 기자회견 등을 빙자한 정치적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거나 원거리 집회로 유도하는 등 특별관리하겠다고 25일 밝혔다.

김옥전(金玉銓)경찰청 신임 경비국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당시 회견을 한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등이 내건 플래카드나 피켓.구호 등이 북한 기자들을 자극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시 사고는 우발적 충돌이라 불가피한 면이 있었지만 경찰이 이런 내용을 현장에서 판단, 계통 보고를 하고 조치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며 "당시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등의 행사는 신고 대상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이라 사전에 금지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병구.윤창희 기자

사진=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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