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비로 전세계 에너지 대란 오나…아시아 LPG 값 폭등

중앙일보

입력

텍사스주 걸프 연안의 석유정제시설. [텍사스 AFP=연합뉴스]

텍사스주 걸프 연안의 석유정제시설. [텍사스 AFP=연합뉴스]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로 바닷길이 끊기면서 액화석유가스(LPG)를 수입해야 하는 아시아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산 연료 수출이 엿새째 중단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업계에 후폭풍이 닥치고 있다.

뱃길 끊겨 텍사스주 항만 폐쇄, LPG 수출 전면 중단 #미국서 아시아로 수출하는 LPG 90%는 텍사스 출발 #전 세계 연료 시장도 타격…각국 공급에 차질 빚을 듯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CNN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미 텍사스 주를 덮친 하비로 항만이 잠정 폐쇄되면서 아시아로 수출하는 프로판, 부탄 운송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하비가 상륙한 첫날인 25일부터 걸프만에서 출발하는 LPG 선박이 한 대도 떠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 시장 전문가인 버트 길버트가 전했다.

엔터프라이즈프로덕츠파트너스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도 하비 상륙 닷새째인 29일 성명을 통해 휴스턴 항구가 폐쇄된 데 따라 수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난방 연료 등을 수입해야 하는 아시아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이 올해 수출할 LPG인 프로판·부탄은 2800만t으로, 이중 절반 가량이 한국, 중국, 일본 등으로 간다. 미국에서 아시아로 수출하는 LPG 중 90%는 텍사스 걸프만에서 출발한다.

30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로 물에 잠긴 텍사스 휴스턴. [AF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로 물에 잠긴 텍사스 휴스턴. [AFP=연합뉴스]

미국산 LPG가 뚝 끊기면서 30일 동북아시아 시장에서 LPG는 t당 8.5달러(약 9500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채 거래됐다. 이 틈을 타 중동 LPG 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안오일 등은 프로판과 부탄의 9월 계약 가격을 t당 40~60달러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산 에너지 수출이 중단되면서 전 세계 연료 시장도 타격을 받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서 내보내는 원유, 석유, 천연가스 수출이 하비에 가로막히면서 멕시코를 포함한 각국이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 수출은 올해 들어 하루 100만 배럴을 돌파했으며, 휘발유 수출은 지난해보다 33% 증가한 것으로 컨설팅 회사 터너메이슨앤코는 분석했다. 이 중에서도 걸프만에서 생산된 가솔린 중 17%, 디젤 중 39%가 다른 나라로 수출됐다.

관련기사

한편 하비로 인해 미국에서 수개월에 걸쳐 발생할 경제 피해가 1천600억 달러(약 180조 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정보 분석업체인 어큐웨더는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개월에 걸쳐 피해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런 분석을 내놨다. 이는 카트리나 피해 규모인 1180억 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무디스는 하비 피해 규모가 최대 7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