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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뜨거웠는데 올해 8월말 갑자기 '가을 날씨' 된 까닭

중앙일보

입력

무더운 여름은 온데간데 없고 선선한 가을 날씨가 무려 보름이나 앞당겨 8월부터 찾아왔다. 한국은 8월말부터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었고 앞으로 더위는 찾아올 일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9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17.3도, 춘천 17,4도, 광주 20.8도로 경남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평년 최저기온을 1~3도 밑돌았다. 기상청은 이를 "9월 중순에 해당하는 기온"이라 밝혔다.

비가 그치고 화창한 초가을 날씨를 보인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화창한 날씨를 즐기고 있다.[중앙포토]

비가 그치고 화창한 초가을 날씨를 보인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화창한 날씨를 즐기고 있다.[중앙포토]

올해 다가온 이른 가을은 사실 8월 중순부터 예고됐다.

서해상의 저기압 영향으로 중부지방에 비가 오고 흐린 날씨가 이어지며 기온이 뚝 떨어졌다.

28일까지 8월 전국 주요 10개 도시 총 강수량은 2587㎜로 장마가 있던 올해 7월 강수량(3042.9㎜)과 큰 차이가 없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저기압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이달 13~28일 중부지방 평균 최고기온은 28.0도로 가을장마가 이어진 2014년(26.9도)을 빼면 201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이렇게 중부지방에 내린 잦은 비는 지난해와 올해의 기상 패턴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에는 이 기간 평균 최고기온이 31.9도로 올해보다 3도 이상 높았다. 지난해 여름은 9월 중순까지 이어질 정도로 지독했다.

동쪽에선 북태평양고기압이, 서쪽에선 대륙고기압이 장판교의 장비처럼 강력한 위용으로 자리하면서 북쪽의 찬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틀어막았다. 날은 맑았고 무더웠다.

반면 올해는 동쪽에 고기압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서쪽에 있던 대륙고기압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수문장이 없으니 북쪽의 찬 공기가 무혈입성했고 남쪽의 허약한 북태평양고기압을 밀어내며 선선한 날씨가 찾아왔다.

비가 그친뒤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29일 서울 올림픽 공원 들꽃마루에 황화 코스모스가 피어있다. 8월 29일. [중앙포토]

비가 그친뒤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29일 서울 올림픽 공원 들꽃마루에 황화 코스모스가 피어있다. 8월 29일. [중앙포토]

앞으로는 더위 소식 없이 완연한 가을 날씨로 접어들 전망이다.

우선 현재로선 우리나라에 10월 초까지 별다른 태풍 소식이 없다. 게다가 북태평양고기압이 남쪽으로 훌쩍 밀려나 지금과 같은 선선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9월까지 태풍이 남쪽의 후끈한 기운을 잔뜩 품고 한반도까지 올라왔다. 태풍은 적도 인근의 강력하고 막대한 '뜨거운' 에너지를 한방에 북쪽까지 배달하는 기능을 한다.

30일에도 전국 낮 기온이 9월 중하순 같은 기온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청은 "당분간 아침 기온이 평년보다 3~5도 낮고 일교차도 10도 내외로 커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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