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 별세…남은 생존자 36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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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하상숙 할머니가 28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하 할머니가 생전에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 정대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하상숙 할머니가 28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하 할머니가 생전에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 정대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가 28일 오전 별세했다. 89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노환으로 병원 생활을 하던 하 할머니가 이날 오전 9시10분쯤 유명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고(故) 김군자 할머니가 지난 7월 23일 세상을 떠난 지 36일 만이다. 이로써 국내에 등록된 239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 생존자는 36명으로 줄었다.

1928년생인 하 할머니는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공장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열여섯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중국 우한(武漢) 등지에서 고통받다가 해방을 맞았다. 이후 귀향하지 않고 중국 현지에 머물던 하 할머니는 1999년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하 할머니는 지난해 2월 계단에서 넘어져 갈비뼈가 폐를 찌르는 중상을 입었다. 중국 현지에서 치료를 받던 중 상태가 나빠져 국내 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 중앙대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병세가 호전돼 지난해 8월 퇴원했지만 서울 중앙보훈병원에서 재활·요양 치료를 받아오다 최근 패혈증 증세를 보였다.

중국에 남은 유일한 한국 국적의 위안부 피해자였던 하상숙 할머니가 지난해 4월 10일 치료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중국에 남은 유일한 한국 국적의 위안부 피해자였던 하상숙 할머니가 지난해 4월 10일 치료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하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 유일하게 한국 국적의 중국 거주자였다. 지난 2000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법정’에 증인으로 참석해 피해를 증언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정기 수요집회와 일본 현지 집회 등에도 활발히 참여해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방안을 두고 한·일 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견해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 여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양국 정부간 인식 차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4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정부가 자꾸 골대를 옮기고 있다”며 “한일 양국은 불가역적인 합의를 맺었고, 합의는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대표단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자민당 의원을 만나 “한국 국민은 정서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 그 시기에 할머니들과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합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외교부의 태스크포스(TF)가 활동 중인데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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