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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반발 큰 데..교육부 "예정대로 수능 개편안 결정" 마이웨이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일 교육부가 주최한 수능 개편시안 공청회에서 절대평가를 찬성, 또는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각각의 주장이 담긴 팻말을 들고 공청회에 참석했다. 신인섭 기자

지난 11일 교육부가 주최한 수능 개편시안 공청회에서 절대평가를 찬성, 또는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각각의 주장이 담긴 팻말을 들고 공청회에 참석했다. 신인섭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시안에 대한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예정대로 31일 최종안을 확정·발표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 수능 절대평가 1·2안 중 31일 확정 #"현재로선 당초 일정에서 달라진 것 없다" #교육계선 발표 연기, 대책 보완 요구 많아 #"연말로 발표 미루고 입시전반 대책마련" 주장 #여당에서도 교육부 개편안에 의문과 우려 제기 #"3주만에 양자택일 강요 잘못, 충분히 논의필요"

 교육계 일부에서는 발표를 연말까지 미루고 학생부종합전형 등 입시 전반에 대한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31일 수능 개편안 발표 일정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1안과 2안 중 하나의 안을 택하겠다, 절충점은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브리핑에서 교육부는 국어·수학 등이 빠진 채 4개 영역만 절대평가 하는 1안과 전 영역을 절대평가 하는 2안 등 두 가지를 제시하고 31일 최종 결정키로 했다.

 그러나 발표일이 바싹 다가오면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교총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의 40.8%가 개편안이 ‘부적절하다’고 답변했다. 반면 ‘지지’ 의견도 41.8%로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이처럼 개편안이 과반의 지지를 못 받고 찬반이 맞서는 이유는 학생부종합전형 보완 등 입시 전반에 대한 개선책 없이 수능만 바꿀 경우 부작용 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안연근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잠실여고 교사)는 “입시 전체의 틀이 바뀌지 않는 한 1·2안 중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고교교육과정이 파행될 것”이라며 “특히 1안으로 될 경우 국어·수학 등 쏠림현상 심화로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 과목을 절대평가 하되 새로운 수능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들은 발표 시점을 연말로 미루고 그 사이 고교 교육정책과 입시 전반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안상진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현재의 안대로 확정될 경우 학교 현장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대입제도의 큰 그림을 연내 제시하고 그 안에서 수능 개편안을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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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지난 17일 한국갤럽의  ‘정부 출범 100일 평가’ 조사(19세 이상 성인 1006명)에서 교육 분야 지지율(35%)이 제일 낮게 나오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1일 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유은혜 의원은 “여당에서조차 대입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교육부의 수능 개편안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범 교육평론가는 “이번 수능 개편안은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며 “입시라는 큰 틀 대신 단순히 수능 평가 방식에만 초점을 맞춰 개편을 추진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른바 ‘금수저’가 몇백만 원짜리 컨설팅을 받아 ‘좋은 학생부’를 만드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학종에 대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오는 2021학년도부터 적용할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지난 10일 공개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 프리랜서 김성태

교육부가 오는 2021학년도부터 적용할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지난 10일 공개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 프리랜서 김성태

 여당 일각에서는 31일 발표 때 학종 불신을 완화시킬 수 있는 보완책을 함께 발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갑작스런 보완책은 오히려 졸속 정책이란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발표를 미루자는 의견과 보완책을 함께 발표하자는 두 가지 의견이 있는데, 어느 방안이든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엔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 교수는 “처음부터 1·2안 중 양자택일을 강요한 게 잘못”이라며 “3안도 있을 수 있고, 어느 안을 하더라도 준비 기간과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입시처럼 개인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사안은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발표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만·이태윤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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