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시안에 대한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예정대로 31일 최종안을 확정·발표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 수능 절대평가 1·2안 중 31일 확정 #"현재로선 당초 일정에서 달라진 것 없다" #교육계선 발표 연기, 대책 보완 요구 많아 #"연말로 발표 미루고 입시전반 대책마련" 주장 #여당에서도 교육부 개편안에 의문과 우려 제기 #"3주만에 양자택일 강요 잘못, 충분히 논의필요"
교육계 일부에서는 발표를 연말까지 미루고 학생부종합전형 등 입시 전반에 대한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31일 수능 개편안 발표 일정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1안과 2안 중 하나의 안을 택하겠다, 절충점은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브리핑에서 교육부는 국어·수학 등이 빠진 채 4개 영역만 절대평가 하는 1안과 전 영역을 절대평가 하는 2안 등 두 가지를 제시하고 31일 최종 결정키로 했다.
그러나 발표일이 바싹 다가오면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교총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의 40.8%가 개편안이 ‘부적절하다’고 답변했다. 반면 ‘지지’ 의견도 41.8%로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이처럼 개편안이 과반의 지지를 못 받고 찬반이 맞서는 이유는 학생부종합전형 보완 등 입시 전반에 대한 개선책 없이 수능만 바꿀 경우 부작용 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안연근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잠실여고 교사)는 “입시 전체의 틀이 바뀌지 않는 한 1·2안 중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고교교육과정이 파행될 것”이라며 “특히 1안으로 될 경우 국어·수학 등 쏠림현상 심화로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 과목을 절대평가 하되 새로운 수능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들은 발표 시점을 연말로 미루고 그 사이 고교 교육정책과 입시 전반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안상진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현재의 안대로 확정될 경우 학교 현장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대입제도의 큰 그림을 연내 제시하고 그 안에서 수능 개편안을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지난 17일 한국갤럽의 ‘정부 출범 100일 평가’ 조사(19세 이상 성인 1006명)에서 교육 분야 지지율(35%)이 제일 낮게 나오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1일 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유은혜 의원은 “여당에서조차 대입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교육부의 수능 개편안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범 교육평론가는 “이번 수능 개편안은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며 “입시라는 큰 틀 대신 단순히 수능 평가 방식에만 초점을 맞춰 개편을 추진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른바 ‘금수저’가 몇백만 원짜리 컨설팅을 받아 ‘좋은 학생부’를 만드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학종에 대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31일 발표 때 학종 불신을 완화시킬 수 있는 보완책을 함께 발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갑작스런 보완책은 오히려 졸속 정책이란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발표를 미루자는 의견과 보완책을 함께 발표하자는 두 가지 의견이 있는데, 어느 방안이든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엔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 교수는 “처음부터 1·2안 중 양자택일을 강요한 게 잘못”이라며 “3안도 있을 수 있고, 어느 안을 하더라도 준비 기간과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입시처럼 개인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사안은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발표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만·이태윤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