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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중시’ 강조하는 북한, 디젤유 자체 생산하는 농장 선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과학기술 중시정책’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북한이 과학기술발명 사례들을 잇달아 선전하고 있다.

문덕군 협동농장 등 플라스틱 폐기물 이용해 디젤유 생산 #경제재건·체제수호를 위해 '과학중시' 장려 #주민들 플라스틱 폐기물로 난방·취사용으로 이용 #

노동신문은 22일 ‘대용 농약 생산토대를 튼튼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논벼의 병해충구제에 많이 쓰이는 농약을 발명하여 농작물 관리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함경남도 금야군 일꾼들을 소개했다. 신문은 “디젤유를 사용하는 대용량 농약 생산 공정에서 제일 큰 문제는 기름이었다”며 “못 쓰게 된 다이야(타이어) 등을 이용해 기름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냉각기통 등을 갖춘 기름 생산공정을 꾸려놓아 경제적 실리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21일 ‘자력자강의 위력으로 비약의 도약대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체의 힘으로 어려운 과학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여 디젤유 생산 공정을 완성한 평안남도 문덕군 동반협동농장을 소개했다.

신문은 “미제를 비롯한 적대세력들의 반공화국 고립 압살 책동으로 농사에 필요한 원유가 부족하다”며 “농장일꾼들은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라는 각오로 실패를 거듭하던 끝에 수지(플라스틱) 폐기물로 디젤유를 생산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한 개 노에서 하루에 평균 100∼150kg의 원유를 생산하는데 농장에는 이런 노가 여러 개 있다”며 “자체로 생산한 원유로 트랙터 등 농기계를가동시켜 국가에 적지 않은 이득을 주고 있다“고 선전했다.

조선중앙TV는 21일 제15차 전국발명 및 새 기술전람회에 출품된 ‘열순환식 무동력알탄보이라(보알러)’와 ‘다기능연소기구’ 등을 소개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조선중앙TV는 21일 제15차 전국발명 및 새 기술전람회에 출품된 ‘열순환식 무동력알탄보이라(보알러)’와 ‘다기능연소기구’ 등을 소개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이 이런 사례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것은 전 사회적으로 과학중시 분위기를 조성해 경제난을 극복함으로써 최근 제재 국면을 돌파하며 대외적으로는 ‘제재 무용론’을 선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측된다.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은 경제재건과 체제 수호를 위해 과학기술 발전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김정은은 2013년 8월 25일 담화 ‘김정일 동지의 위대한 선군혁명사상과 업적을 길이 빛내어 나가자’에서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라는 용어를 등장시키며 이를 통해 “나라의 경제구조를 완비할 것”을 강조했다.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란 전체 인민을 높은 과학기술지식을 소유한 인재로 만든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4년 신년사에서 “전 사회적으로 과학기술 중시 기풍을 세우고 과학기술 인재화의 구호를 높이 들 것”을 강조했고 각 기관은 너도나도 과학기술 행사를 개최했다. 2014년 7~8월에 8건의 과학기술 발표회가 열렸다. 조선중앙통신은 “과학기술 인재화 방침에 따라 2014년 인민대학습당에서 4만2700여명이 과학 교육을 받았다”고 전했다. 북한은 2013년 9월 은하과학자거리 건설에 이어 2014년 10월 국가과학원 소속 과학자들을 위한 위성과학자 주택지구·연풍과 학자휴양소를 완공해 과학중시정책을 과시했다.

김정은은 2015년 2월 최신 과학기술 보급의 중심기지로 될 ‘과학기술전당’ 건설현장을 찾아 “건설 투자를 아끼지 말라며 과학기술전당과 지방 곳곳의 ‘과학기술지식 보급실’을 인트라넷으로 연결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북한은 2015년 11월 2천584세대의 주택단지로 구성된 미래과학자거리를 준공해 과학기술자를 우대했다.

조선중앙TV는 23일 평양베아링공장에서 ‘과학기술지식 보급실’ 운영을 정상화해 ‘열처리로 온도조절의 컴퓨터화’를 실현했다고 전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조선중앙TV는 23일 평양베아링공장에서 ‘과학기술지식 보급실’ 운영을 정상화해 ‘열처리로 온도조절의 컴퓨터화’를 실현했다고 전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은 올해 “전체 인민이 과학기술을 자기 가사로 여기라”며 과학중시 바람을 더욱 일으키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3월 로켓엔진 지상 분출시험 참관후 과학기술자들을 ‘진정한 혁명가·숨은 애국자’라고 추켜세웠다. 8월 14일부터 열흘 동안 북한은 4100여건의 과학기술 성과들과 새 기술혁신안들이 출품된 ‘전국 청년 과학기술 성과전시회’ 등 4건의 과학기술발표회·전시회를 개막했다.

과학기술전당은 23일 4100여건의 과학기술성과들과 새 기술혁신안들이 출품된 ‘전국 청년 과학기술 성과 전시회’를 열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과학기술전당은 23일 4100여건의 과학기술성과들과 새 기술혁신안들이 출품된 ‘전국 청년 과학기술 성과 전시회’를 열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김일성종합대학 자연과학부 출신 탈북민 이모씨는 “원유가 부족한 북한이 폐자재를 이용해 발열량이 높은 원유를 얻기 위한 ‘열분해법’ 등의 연구를 이전부터 주목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씨는 “상급 당조직으로부터 과학기술 성과 독촉을 받는 일부 단위들이 일회성·전시성 성과물들을 내놓는 경우도 많다”며 “개별적 농장들이 원유를 생산할 정도의 폐수지·타이어를 정상적으로 확보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 중앙기관에서 일하다 탈북한 정모씨는 “평양시는 인민반(우리의 통·반과 비슷한 것)계획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물을 무조건 수매해야 한다”며 “수매할 양이 부족해 주부들이 늘 고민”이라고 전했다. 또한 정씨는 “수거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평양일용품공장 등 국영공장들에서 ‘8월3일 인민소비품 생산운동(폐자재·부산물을 이용한 생활필수품 생산운동)’라인에 따라 새로운 생필품으로 재생산된다”며 “민수공업이 발달되지 않은 북한에는 일상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이씨는 “북한 주민들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장 많이 이용한 것은 90년대 중후반”이었다며 “‘고난의 행군’시기 유럽에서 수입해 함경북도 청진항에 하차한 수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은 3년 이상 대다수 주민들의 난방·취사용으로 이용되며 건강과 환경을 위협했다“고 털어놨다.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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