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최고 호러영화30] ⑦ 가족이 제일 무서웠어요

중앙일보

입력 2017.08.25 01:00

[매거진M] 늦더위를 달랠 위험한 초대장. 2010년 이후 최고의 호러 영화 30편이다. 완성도는 둘째, 일단 무섭고 살벌하고 재밌는 영화로 리스트를 꾸렸다. 최근 다시 유행하는 오컬트부터 사회성 짙은 호러영화까지 여러 갈래를 나눴으니 취향에 따라 즐기거나 피하면 되겠다.

가족이 제일 무서웠어요
친숙한 만큼 더 무섭다. 호러에서 가족은 절대 마음의 안식처가 아니다.

※ 감독 | 제작연도 | 등급
※ 비명 유발 | 피가 철철 | 영화의 참신함 (100점 만점)

더 비지트
'더 비지트'

'더 비지트'

M 나이트 샤말란 | 2015 | 15세 관람가

비명 유발 60점 | 피가 철철 15점 | 영화의 참신함 70점

10대 남매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외조부모 집에서 엄마 없이 일주일을 보내게 된다.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는 누나 베카(올리비아 데종)는 캠코더로 모든 것을 기록한다. 그런데 이 노부부, 볼수록 이상하다. 밤만 되면 알몸으로 집안 문짝을 벅벅 긁지 않나, 베카한테 자꾸 오븐에 들어가 청소를 하란다. 백발 노파가 갑자기 죽어라고 ‘기어서’ 쫓아오면 대낮이어도 간 떨어진다. 엄마 말대로 “원래 유별난 분들”이거나, 본인들 해명대로 진짜 “나이 탓”일까? 꼬리를 물던 의심은 상영 시간(94분) 3분의 2지점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거듭난다. 이 노부부의 정체는 설마… 유령? 외계인? 아니면, 전설 속의 괴물인가?

이게 다 감독이 M 나이트 샤말란이기 때문이다. 초현실적인 소재를 워낙 떡 주무르듯 하는 그이다 보니, 엔딩을 종잡기 어렵다. 그래서 더 심장 쫄린다. ‘싸인’(2002)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샤말란 감독은 이 생애 첫 ‘파운드 푸티지’ 호러 덕에 명성을 되찾았다. 출세작 ‘식스 센스’(1999)만큼의 경지는 아니지만, 가볍게 즐기기엔 더 좋은 팝콘무비다.

바바둑
'바바둑'

'바바둑'

제니퍼 켄트 | 2014 | 15세 관람가

비명 유발 70점 | 피가 철철 5점 | 영화의 참신함 99점

한 사람도 안 죽는다. 그런데 93분 내내 숨통을 죈다. ‘엑소시스트’의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평생 이보다 더 무서운 영화는 못 봤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 출산을 위해 병원에 가다 차 사고로 남편을 잃은 아멜리아(에시 데이비스). 그날 태어난 아들 사무엘(노아 와이즈만)은 7년 뒤 과행행동장애로 폭력성마저 보인다. 낮에는 치매 병동 일에, 밤에는 아들에게 시달리는 아멜리아는 울화와 수면부족으로 지쳐간다. 어느 날 악령 들린 동화책 『바바둑』이 나타난다. 엄마의 관심에 목말라 발악하는 사무엘과 시시각각 아멜리아의 영혼을 지배하는 바바둑 괴물.

실제 “어린 아들을 둔 ‘싱글맘’ 친구에게서 이 영화의 영감을 얻었다”는 제니퍼 켄트 감독은, 사면초가에 빠진 아멜리아의 살풍경한 내면을 살갗에 착착 와 닿도록 그려낸다. 바바둑에 빙의된 아멜리아의 표정은 ‘샤이닝’(1980,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잭(잭 니콜슨) 뺨친다. 호주 배우 에시 데이비스는 다중인격이라 해도 믿을 만큼 캐릭터를 변주해낸다. 이 영화, 끝날 때까지 절대 끝난 게 아니다. 개가 죽는 신이 있으니, 애견인은 주의할 것.

굿나잇 마미
'굿나잇 마미'

'굿나잇 마미'

베로니카 프랜즈, 스베린 피알라 | 2014 | 청소년 관람불가

비명 유발 90점 | 피가 철철 50점 | 영화의 참신함 80점

‘굿나잇 마미’를 보고 나면 오스트리아 사람을 다시 보게 된다. 그만큼 충격적이다. 처음엔 소재에 놀라고, 전개에 탄복하는데, 끝내는 아역 배우의 연기에 경악하게 된다. 이 영화는 “오스트리아영화답게 진심과 진실을 뒤로 감춘다.”(베로니카 프랜즈 감독) 시골 마을 외딴집, 아홉 살 쌍둥이 형제는 성형수술을 받고 온 엄마와 재회한다. 얼굴에 붕대를 감은 엄마는 예전 같지 않다. 쌍둥이는 진짜 엄마가 아니라는 의심을 시작한다.

의심이 커질수록 이야기는 점점 파국으로 향한다. 아이들의 시선은 순수하지만, 그만큼 잔인하다. 그 역설이 이 영화의 공포를 만든다. 가장 소름돋는 장면은 아이들의 공포가 엄마의 공포로 역전되는 순간일 것이다. 두 공동 감독은 ‘필름 코멘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영화는 가족간 파워 게임을 다룬다. 오늘날 보편적인 가족 형태인 싱글맘을 보면, 엄마가 온전히 주도권을 갖지 못한다. 그런 현대 가족의 관계를 주제화하고 싶었다.”

더 위치
'더 위치'

'더 위치'

로버트 에거스 | 2015 | 15세 관람가

비명 유발 90점 | 피가 철철 50점 | 영화의 참신함 80점

대담하고 독창적이다. 시작은 스산하고 결말은 황홀하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극장 개봉을 건너뛰었다는 사실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신인 감독인 로버트 에거스는 그동안 숱하게 재현된 마녀 이야기를 과감한 방식으로 부활시켰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출신 답게 세심한 고증을 통해 17세기 중반 미국 뉴잉글랜드로 관객을 곧장 끌어들인다. 종교적 신념의 차이로 공동체를 떠나 숲에 사는 윌리엄(랄프 이네슨)의 가족은 계속해서 끔찍한 일을 겪는다. 갓 태어난 아기가 사라지고, 첫째 아들은 숲에 갔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다. 가족들은 첫째 딸 토마신(안야 테일러 조이)이 모든 원흉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마녀 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잿빛으로 가득 찬 숲, 광기로 물든 인물, 아카펠라와 타악기로 빚은 음산한 음악, 마녀를 상징하는 기괴한 기호들이 한데 모여 신선하면서 강도 높은 공포를 만들어낸다. 1692년 일어난 세일럼마녀재판이 영화의 모티프다. 이민자들의 집단 광기가 25명의 무고한 여성을 마녀로 몰아 죽인 치욕적인 사건 말이다. 2015년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호러 속 생존 10계명

1. 잘 기른 손톱이 열 무기 안 부럽다(‘겟 아웃’).
2. 사랑받는 자가 살아남는다(‘크림슨 피크’‘부산행’).
3. 질서를 잘 지키자(‘피라냐’).
4. 심령술사 한 명쯤은 친해두자(‘인시디어스’‘강시:리거모티스’).
5. 집값이 쌀수록 의심하라(‘컨저링’‘살인 소설’).
6. 이상한 동네는 당장 떠나라(‘더 퍼지’‘곡성(哭聲)’).
7. 채식주의자에게 고기를 먹이지 마라(‘로우’).
8. 믿는 가족도 다시 보자(‘더 위치’).
9. 모르는 시체는 무조건 피해라(‘제인 도’)
10. 여자를 함부로 대하지 마라(‘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김효은·나원정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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