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파는 백화점에서 뭐든 만드는 백화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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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통 시장 변화에 따라 입지가 약해진 백화점이 직접 하는 사업을 늘려가고 있다. 백화(百貨)점이 100종의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100개의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변할 판국이다.

유통시장 변화 맞춰 직접 사업 확대 #신세계, 가성비 높인 속옷 제작 나서 #롯데는 SM과 손잡고 반값 선글라스 #현대는 자체 장류 브랜드 사업 강화

신세계 백화점은 자체 제작 브랜드 ‘언컷’을 24일 공개했다. 백화점이 속옷을 직접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용 속옷 브랜드로 전문 디자이너를 포함해 10여 명이 1년간 준비해 왔다.

다양한 가격대의 속옷 수십종이 이미 시장에 나와 있어 경쟁력이 있을까 싶지만, 신세계는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렌드에 따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면서 기존의 브랜드 속옷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목표다. 한국 여성의 체형에 맞게 제작해 수입 브랜드와 차별화하고 직원이 함께 들어가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대형 피팅룸을 마련했다.

신세계백화점 손문국 상품본부장은 “국내 많은 유통시설 간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우리 업의 본질인 상품 차별화를 위해 란제리를 직접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지난 2월엔 다이아몬드 중심의 결혼 예물용 브랜드 ‘아디르’를 선보이기도 했다. 상품 기획, 디자인은 물론 다이아몬드 원석도 직접 구매한다. 예물 시장에서 인기 있는 티파니와 같은 해외 럭셔리 브랜드보다 약 20% 낮은 가격에 동일한 품질의 예물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표방한다. 신세계는 이 밖에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 등 다양한 자체 브랜드를 두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선글라스를 제작에 나섰다. 지난 6월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안경 제조업체 그랜드 컴퍼니와 함께 ‘오이일’ 이라는 선글라스 라인을 런칭했다. 신세계와는 달리 오이일은 국내 소비자가 아닌 한국을 찾는 한류 팬, 관광객이 주요 타깃이다. SM 소속 연예인을 이용한 스타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반응이 즉각적으로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가격은 해외 브랜드 선글라스의 반값이다.

롯데백화점 MD개발팀 정종견 팀장은 “다양한 스타일과 아이템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1인 가구 확산에 따라 유망 시장으로 부상한 반려동물을 위한 여러 자체 제작 브랜드도 기획 중이다. 사료부터 장난감, 관리용품을 공급하고 백화점에서 반려동물 미용, 장례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림이다.

현대백화점은 장류 자체 브랜드인 ‘명인명촌’의 라인업을 강화했다. 해외에서 한국 발효 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 수출 품목으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파리의 유명 백화점인 라파예트 식품관에 명인명촌을 입점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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