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유사시 군사 행동을 명령했을 때 실행에 옮기는 ‘전쟁 지휘부’ 4인이 있다.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공군 대장),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국장(공군 중장), 그리고 빈센트 브룩스 한ㆍ미 연합사령관(육군 대장)이다. 이들이 22일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 기자회견장에 함께 섰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미군의 실전 지휘부인 현직 대장 3명과 중장 1명이 한 곳에 집결해 공동회견을 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네 사람은 모두 군복 차림이었다. 별 숫자만 15개였다.
하지만 미군 수뇌부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외교'였다.
해리스 사령관은 “가장 중요한 시작점은 외교적 해법”이라며 “외교적 해법은 현재 김정은이 한반도에 던진 도전을 풀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군사는 뒤에서 외교를 지원해야 한다. 군사가 우선이고 외교가 (군사를)도와선 안 된다”고도 했다.
브룩스 사령관도 “북한은 최근 18개월 동안 두 차례의 핵실험을 포함해 28번의 도발을 감행했다”면서 “최근 도발을 잠시 접은 것은 좋은 징후로 외교적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행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수단을 이용해 상황을 억제해야 한다. 김정은이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북한이 외교적 해법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경고도 있었다.
하이튼 사령관은 "미 전략사령부가 갖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한반도에 제공하겠다"며 "이 자산들의 능력을 자신한다”고 했다. 전략사령부는 미국의 핵 전력과 감시ㆍ정찰 자산, 미사일방어 경보 시스템을 운용한다. 이와 관련 미국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미 해군이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초고속 발사체(HVP) 함포를 조기 배치한다고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HVP는 160㎞ 거리의 목표를 72초 만에 타격하는 무기 체계다. 브룩스 사령관은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때 북한도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네 명의 장성 뒤쪽엔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대 2기가 있었다. 패트리엇 체계와 사드 체계는 미군 미사일방어(MD)의 핵심 전력이다. 최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으로 괌을 포위사격하겠다는 위협에 대해 미군 전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대응 의지를 과시한 셈이다.
미군 당국은 당초 기자회견 장소로 경북 성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기지를 검토했다. 그러나 ‘사드 체계 반대 주민과 시위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한국 정부의 지적에 따라 오산 공군기지로 장소를 옮겼다.
기자회견 후 미군 장성 네 명은 헬기를 타고 경북 성주골프장으로 향한 뒤 사드 체계를 둘러봤다. 아직 골프장 안으로 들이지 못한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를 빨리 실행하라고 한국 정부를 재촉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미군 별 15개의 경고…“김정은 현명한 선택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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