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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 전략군, 2014년 3개 여단에서 이동식 발사대 100여대와 미사일 800여기 보유”…당시 군 당국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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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월 28일 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화면을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시도했던 8차례 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성공했던 6차 발사(6월22일) 때의 화면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이 무수단 성공 발사 당시 영상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월 28일 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화면을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시도했던 8차례 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성공했던 6차 발사(6월22일) 때의 화면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이 무수단 성공 발사 당시 영상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조선중앙TV 캡처]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독립적 군종(軍種)인 북한의 ‘전략군’이 2014년 창설 당시 이동식 발사대(TEL) 100여대, 미사일 800여기를 보유한 것으로 군 당국이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2014년 군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당시 북한의 전략군엔 스커드 미사일 여단, 노동 미사일 여단, 무수단 미사일 여단 등 특정 미사일을 배치한 부대 3개가 속해 있다.

전략군은 원래 육군 산하의 미사일지도국으로 시작됐다.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영용한(영웅스럽고 용감한) 육ㆍ해ㆍ공군 및 로켓 전략군”을 언급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이후 2014년 6월 명칭이 전략군으로 바뀌었다. 군 당국은 전략군이 실질적으로 독립 시점을 2014년으로 파악했다. 지난 10일 미국의 괌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으로 포위사격하겠다고 엄포를 놨던 김락겸 상장은 2014년 2월 15일부터 이 부대의 사령관을 맡고 있다.

전략군 예하 3개 미사일여단은 서로 다른 작전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했다. 스커드미사일 여단은 북한이 휴전선 인근에 배치한 전방 군단의 지역 바로 위쪽에 주둔했다. 이 여단은 사거리 50~1000㎞의 스커드미사일로 한국 전역을 사정권 안에 뒀다.

북한군이 지난 3월 6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스커드 ER 미사일 4발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 조선 중앙TV는 이날 발사 현장에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발사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군이 지난 3월 6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스커드 ER 미사일 4발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 조선 중앙TV는 이날 발사 현장에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발사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노동신문]

사거리 300~1300㎞의 노동미사일을 보유한 노동미사일 여단은 북한의 북부 지역에 배치됐다. 이 여단은 한국은 물론 일본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노동미사일은 일본의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해 유사시 미군이 한반도에 증원 전력을 보내는 것을 차단하려고 북한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중부 지역에 배치한 무수단미사일(사거리 500~3500㎞) 여단은 ‘일본과 괌, 대구 이남 공격 가능’한 것으로 군 당국이 보고 있다. 2014년부터 북한이 괌 공격을 상정했다는 대목이다. 괌은 미 태평양사령부 소속 해ㆍ공군 기지가 있는 곳이다. 북한이 두려워 하는 전략 자산인 B-1B와 B-52H 등 전략폭격기의 기지이기도 하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이처럼 미사일의 사거리와 목표에 따라 세 개의 ‘미사일 벨트’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KN-08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KN-08은 열병식 2012년 4월 15일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지만 북한이 이후 이를 한 번도 실제 발사하지 못했다. 대신 ‘백두 엔진’이라는 신형 액체형 엔진을 갖고 화성-12형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을 개발했다.

군 당국은 또한 북한의 ‘정밀 유도탄’과 ‘확산탄’ 운영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밀 유도탄은 최근 스커드-ER 미사일을 개조한 대함탄도미사일(ASBM)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정밀 유도탄은 유사시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미군의 증원 전력에 위협이 될 수도 있어 한·미가 우려하고 있다.

지난 4월 15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화성-12형. 바퀴축이 6개, 바퀴가 12개 달려 있다. [사진 노동신문]

지난 4월 15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화성-12형. 바퀴축이 6개, 바퀴가 12개 달려 있다. [사진 노동신문]

확산탄은 탄두가 직접 목표물을 타격하는 게 아니라 일정 상공에서 수백 개의 자탄을 쏟아내 폭격하는 방식의 미사일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미사일이 주로 확산탄두를 탑재하지만 넓은 지역의 목표를 제압할 때도 확산탄을 사용한다. 북한은 확산탄으로 한국과 주한미군의 공군 기지는 물론 주요 레이더 기지를 노릴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또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이 확산탄으로 한·미의 전투함에서 레이더와 통신 안테나만을 노릴 수도 있다. 레이더와 안테나가 제거되면 한·미의 전투함은 사실상 전투능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건 작성시점이 3년전인만큼 미사일 기수나 TEL 대수의 증강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TEL의 경우 최근 미국 국방정보 탄도미사일 분석위원회(DIBMAC)의 ‘탄도ㆍ순항미사일 위협’ 보고서에 따르면 250대 미만으로 증가했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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