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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어찌 이토록 오랫동안 우리가 이 일을 참아왔단 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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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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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가 ‘공관병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육군 대장) 부부 사건을 진단하며 “어찌 이토록 오랫동안 우리가 이 일을 참아왔단 말인가”라며 한탄했다.

유 작가는 10일 오후 JTBC ‘썰전’에서 이같이 말하며, “개운치 않은 게, 이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 왜 이제서야 문제가 불거졌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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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유 작가는 “그동안 수많은 공관병 전역자가 있었고, 갑질의 내용도 역시 매우 악질이어서 자살을 시도한 병사들도 있었다”면서 “그들은 그동안 무서워서 말을 못했던 거다. 진실이 밝혀진다는 보장도 없고 보복도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유 작가는 “현역병 다녀온 사람은 잘 안다”며 “사실은 이게 새로운 현상이 아니고, 우리 군 창군 이래 계속 이어진 고질적 문제”라며 자신의 군 시절을 예로 들었다. 그는 “제가 군 생활하던 시절부터 ‘당번병’이라는 게 있었는데, 군에서는 ‘따까리’라 한다”며 “당시 해발 1200m의 고지에서 중대장 세숫물을 뜨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서 밑까지 내려가서 물길어 오던 병사가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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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 작가는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민주공화국으로 수립된 나라”라며 “직업 군인이 있고, 국방의 의무가 있는 일반 사병이 있는데, 이들 사이의 올바른 관계는 계급의 차이고 역할의 차이지, 인격의 차이거나 지배ㆍ종속의 관계는 아니란 말이다”고 꼬집었다.

또 유 작가는 ‘비공식 파견’이라 불리는 ‘비파’의 존재를 알리며, “비파는 다양한데, 바둑병ㆍ테니스병ㆍ과외병, 심지어는 낚시병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의 문화라는 게 육사 출신들의 귀족 학교처럼 돼 있어서, 국가 안보와 직결되지 않은 개인의 사적인 일에 사병들을 동원하는 것을 너무 당연스럽게 생각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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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공관병이라는 게 연대장 이상 지휘관이 거주하는 공관의 관리병”이라며 “그런데 일부 장군들에겐 ‘공짜 관노로 쓰는 병사’로 인식돼 ‘공관병’이라 쓰고 ‘공관종’으로 읽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박 교수는 박 전 대장의 행동에 대해 “우리 병영 문화에 널리 퍼져 있는 낡은 관행이라, 죄의식 없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며 독일 유대인 대학살의 실무 책임자인 아돌프 아이히만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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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유 작가는 “고상한 지적이다”고 말하며, “아이히만은 상부의 명령을 받았고, 그 명령을 따라 자기 임무를 다한 것이지만, 박 전 대장은 이런 임무가 없었을 뿐더러 규정에도 없는 낡고 잘못된 관행을 주도한 거다”고 말했다.

독일 관련 대화가 나온 김에 유 작가는 독사파(독일 사관학교 유학파) 핵심으로 알려진 박 전 대장에게 ”군 복무 규율이 엄격한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왔는데, 도대체 뭘 배우고 왔느냐”라며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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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독일 군인 복무 규율 중에는 장교가 사병의 옷차림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옷을 만지면 안 된다”며 “의복조차도 몸의 연장으로 보기 때문에 넥타이 하나라도 삐뚤어져서 만지면 신체에 위해를 가한 것으로 취급한다”며 독일의 군대와 비교했다.

군 검찰은 전날 ‘공관병 갑질’ 의혹을 받는 박 전 대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물품을 확보했다. 앞서 군 검찰은 지난 4일 박 전 대장을 형사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공관 등 현장조사에 이어 지난 7일과 8일 박 전 대장의 부인과 박 대장을 각각 참고인 신분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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