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자동차 노사 협상, 도요타처럼 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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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산업부 기자

문희철 산업부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노조)이 10일 주간조·야간조 각각 2시간씩 4시간 부분파업을 강행한다. 올해 들어 첫 파업이다. 자동차 업계에 ‘8월 위기설’이 퍼지는 상황에서 노조는 결국 6년 연속 파업의 길을 선택했다.

66년 전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지금의 현대차처럼 1951년 도요타 자동차도 위기설이 파다했다. 당시 도요타 노조도 임금인상·고용보장이라는 요구사항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파업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 노동쟁의는 약 2개월 동안 계속됐다. 결과는 파국이었다. 사측은 창업자를 비롯한 경영진이 총사퇴했고, 노측도 근로자의 10%에 달하는 인력(약 15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도요타 노조는 실적이 나쁘다 싶으면 임금 인상은 포기하고 고용 보장을 요구한다. 실제로 일본 장기 침체가 시작한 2003년부터 4년 동안 도요타 노조는 자발적으로 임금동결을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노조의 전략은 통했다. 다들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로 공장을 옮기는 상황에서, 도요타는 그룹 전체 자동차 생산량(400만 대)의 75%(300만 대)를 일본에서 생산한다. 도요타 노사는 1962년 이후 지금까지 무파업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본사(GM)가 글로벌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한국GM 노조는 한국 공장만 막무가내로 생산물량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때 르노자동차 스페인 공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인건비가 저렴한 동유럽에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자 스페인 물량이 확 줄었다. 2250명의 스페인 공장 노조원은 생산물량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2000명이 해고되고, 르노차는 공장 폐쇄라는 극단 까지 고려했다. 노조는 생산성이 높은 공장에 더 많은 물량을 맡기는 현실을 직시했다. 물량을 더 확보하려면 근본적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했다. 생산성·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09년 초과근무·근로시간을 조정하자고 나섰다.

한 마리 토끼를 포기하자 공장 생산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캡처·트위지·메간 등 신규 물량이 스페인으로 배정됐다. 덕분에 54만7000대(2003년)에서 35만대(2009년)까지 감소했던 스페인공장 물량은 지난해 57만8000대로 늘었다. 결국 노조는 그들이 진짜 원하던 토끼(물량확보)를 잡았다. 하나를 내주고 하나를 받는 것을 ‘협상’이라고 부른다. 현대차·한국GM 노조는 지금 ‘협상’을 하고 있나?

문희철 산업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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