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의대생들끼리 술자리서 특정 여학생 음담패설"...인하대 9명 무더기 징계, 당사자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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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로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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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대학 의대 남학생들이 같은 과 여학생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술자리에서 음담패설 했다는 이유로 무더기 징계 처분을 당했다. 이 남학생들은 ‘학교 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냈다.

특정인 거명하며 "걔는 지금 불러도 가능" #학교 측, 5명 무기정학, 4명 90일 정학처분 #남학생 "부당하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교내 "의대 남학우들 성폭력 고발" 대자보

8일 인하대에 따르면 의과대학 측은 지난 6월 상벌위원회를 열고 술자리 음담패설에 가담한 의과대 남학생 9명을 징계 처분했다. 5명은 무기정학, 4명은 유기정학(90일)의 징계를 받았다. 이런 내용은 지난달 3일 해당 학생들에게 개별 통보됐다.

이들은 대학 1~2학년이던 지난해 3~5월 사이 술자리에서 같은 학과 특정 여학생의 이름을 거론하며 “걔는 얼굴은 별로니까 봉지 씌워놓고 (성관계를) 하면 되겠네” , “걔는 지금 당장 불러도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사람”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의과대 학생회로부터 이런 내용을 통보받고 해당 학생 등을 상대로 사실확인을 거쳐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측에 징계가 부당하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인하대 본관 전경

인하대 본관 전경

남학생 중 일부는 ‘학교 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지난달 21일 인천지법에 ‘징계처분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함께 징계처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남학생들만 모인 자리에서 이성에 관한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다”며 “20대 혈기 왕성한 남학생들이 술기운에 다들 아는 여학생에 한정해 설문하듯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술자리 분위기에 휩쓸려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지 못한 것일 뿐 여학생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삼거나 평가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농담조로 언급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이달 3일 심문절차를 마무리하고 곧 결정 결과를 통지할 방침이다.

인천지방법원 전경

인천지방법원 전경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8일 오전 인하대 게시판에는 ‘의대 남학우 9인의 성폭력을 고발합니다’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대자보에는 당시 남학생들의 발언 내용을 공개했고 “학교의 (남학생 9명)처벌 결정을 지지한다”는 글이 적혔다.
발언 내용 중에는 "‘스나마’를 아십니까. 스나마는 '그나마 성관계를 하고 싶은 사람 말해봐’를 묻는 말로 의대생 남학우가 여자 동기생들을 대상으로 한 말입니다”라고 쓰였다.

8일 오전 인하대 게시판에 의과대 학생들 처벌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인하대 게시판에 의과대 학생들 처벌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연합뉴스]

인하대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을 고려해 9명에 대한 징계 처분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며 “남학생들이 재심을 청구한데다 법원의 판단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어서 결과를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인하대 의대 남학생들의 술자리 음담패설 논란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성희롱 보다는 명예훼손에 더 가깝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인천지방변호사회 윤대기 인권위원장은 “남자들끼리 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외부로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법원 판사도 “대법원 판례를 봐야 겠지만 단순히 이번 사실만을 놓고 봤을 때는 성추행보다는 명예훼손에 가깝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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